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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와따 Feb 27. 2023

자소서 대충 써라

스펙을 뒤집는 자소서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확률을 높여야 한다

취업을 위한 첫 번째 관문 자소서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간단한 성장과정, 지원동기에서 시작한 자소서는 이제 취준생에게 창작의 고통을 요구한다.  90년대는 입사지원서를 자필로 작성하여 직접 접수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온라인 지원이 확대되면서 일명 '복붙'으로 무한 지원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경쟁률은 취업난과 시너지를 내면서 수백 대 일까지 치솟았다.  대기업들은 인적성검사로 (또는 필기시험) 필터링해서 허들을 만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 기업들은 밀려드는 지원서가 짐이 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명분으로 회사의 자소서 항목이 다양해졌다. 역량중심, 직무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라고 포장을 하고 있지만 현직에 있던 나조차도 선뜻 동의되지 않는다.


경제적 활동을 위해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는데,  거기에 이런저런 철학을 덧칠해서 꾸민 들 그 본질이 달라질 리가 없다.  취준생은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찾는 것이고,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실력이 있는 종업원을 구하는 일이다.


자소서는 일단 붙고 보자는 묻지 마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면접을 진행하게 될 경우 지원자에 대한 질문 소스가 나오는 곳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살아온 삶과 경험, 그리고 가치관에서 정답을 찾는 것은 무리다. 회사가 자소서에서 정답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언젠가 9급 공무원 시험 국사 문제가 너무 지엽적이라는 기사를 봤다. 이유가 뭘까? 단순하다. 역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지식을 묻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걸러 낼 수가 없을 정도의 많은 공시생이 있으니 출제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일 뿐이다. 현재의 취업시장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많으니 이런저런 조건들로 걸러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략 수립이 단순해진다.     



요즘 자소서 항목을 보자     


1. 지원 동기와 입사 후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작성하라

2. 자신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수행했나?

3. 본인이 열정을 가지고 노력했던 경험, 그리고 실패했던 경험, 그리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술하라

4. 입사하게 된다면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장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라     


이 정도 수준이 일반적이고 기타 아래와 같은 항목 정도다.     


A. 타인과의(또는 조직에서) 갈등관계 상황과 이를 극복했던 노력과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기술하라

B. 자신의 성장과정을 간략히 기술하고,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인물 등을 기술하라

C. 본인이 지원한 분야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본인의 전공 경험 등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한 방안에 대하여 기술하라

D. 본인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또는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작성하라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발췌하여 최대한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게 생각하는 취준생이 의외로 많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자소서가 당락을 결정하는 것처럼 홍보를 하면서 컨설팅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 학생들이 '진짜 공부'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는 것조차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주입식 공부의 폐단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대학 입학을 위한 수시전형에 지원하는 포트폴리오까지 학원에서 짜주는 시대다. 개인은 생각을 깊게 할  필요가 없는 삶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누군가 만들어서 준 것을) 열심히 외우거나 이해하려고 하면 되었으니까......

대입 원서를 작성하면서 컨설팅을 받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교육을 하면서 정작 시키는 대로 따라 하게만 만드는 것이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대학에서 4년 동안 얼마나 창의적인 경험을 한 인재가 되었을까?     


2018년 BTS의 유엔 연설 내용 중에 "네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자소서에 단골로 나오는 것은 '동아리 회장으로서 행사를 치르면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다. 그것이 정말 '나'인가? 먼저 나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각종 성격 진단이나 직무적성 검사로 정의된 '나'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진짜 나'를 스스로 그려야 한다.




그다음은 전략 수립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취업시장에서 내가 무엇으로 평가받는지에 대한 냉정한 사고가 필요하다. 어느 컨설턴트는 낮은 학점과 지방대 출신임에도 여러 군데 합격한 본인의 경력을 홍보하면서 자소서나 면접 컨설팅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대기업 인사담당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서 취준생을 모으는 컨설턴트도 있다. 아나운서 출신의 누군가는 이미지 메이킹 강의로 면접 컨설팅을 한다. 예외적인 상황을 일반적인 것으로 끌어들이는 오류다.  물론 이런 컨설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기업들이 채용을 할 때 제일 많이 보는 것이 무엇일까? 학교, 그리고 전공이다. 그다음 학점이다. 일명 스펙이라고 하는 것의 핵심이다. 그다음에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험 등등인데 사실상 학교와 전공이 80%~90%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간과했을 때 취업의 문턱에서 헛고생을 하게 된다.


최근 자소서를 별도로 평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소서를 읽고 평가해서 점수화한다는 것은 어렵다. 한 사람이 전부를 한다면 눈높이라도 같겠지만,  다수가 평가한 자소서  점수를 상대평가에 활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슨 평가를 하는 걸까?  상위 5%와 하위 10%를 분류한다고 보면 된다. 결론은 하위 10%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위 5%는 신의 영역이며, 창작으로 커버할 수 없는 범주다. 게다가 고스펙자들의 그것과 버무려져서 시너지를 만드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상의 채용시장 현실을 베이스로 깔고 취준생의 입장에서 전략 수립에 대한 조언을 해 본다.  



먼저 스펙이 좋은 취준생이다.

학교, 학과, 학점이 모두 우수해서 서류전형은 대부분 통과되는 부류를 말한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와 직무를 좁히고, 자소서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면접장에서 받을 질문, 특히 임원면접에서 받게 되는 질문의 소스가 되기 때문에 가독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기술하여 면접관의 시선을 잡는다면 성공이다. 자소서가 반드시 정독될 것이므로 모든 역량을 자소서에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지원한 회사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 내용을 담는다면 금상첨화다.  스펙이 좋다면 2~3군데 합격 후에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핵심은 회사 선택과 직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서 입사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 행복한 고민을 하는 부류다.    

두 번째로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등의 주요 학과로 메이저 그룹에(50대 그룹과 금융권) 지원하는 경우다. 서류전형 합격 확률이 50% 내외다.  학점과 영어점수, 직무적합성 등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대체로 서류에서 광탈하지는 않는다.  이 부류부터는 자신의 스펙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자소서에 몰입할지 그보다는 양으로 승부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꼭 입사하고 싶은 타깃이 되는 회사 정도 집중해서 지원서에  정성을 들이고,  나머지는 지원회사를  늘이길 권한다. 그다음 서류합격 후에 어느 회사를 공략할지, 면접에서의 전략 수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소서 작성에 뺏기는 시간보다는 지원 회사를 하나라도 더 늘린 후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가치가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 서울, 수도권 대학의 소위 말하는 문송 학과를 중심으로 서류 광탈이 유력한 부류다.

자소서에 기술할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있더라도 읽힐 확률이 낮다는 것이 문제다.  남과 다른 열정은 자소서에 보여줄 수 없다. 철저하게 양으로 승부해야 한다.  쓸데없이 자소서 컨설팅에 기웃거리지 말아야 한다. 자소서 평가도 어느 정도 스펙이 되는 지원서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속상하겠지만 인정하자. 특별한 자격증이나 직무에 적합한 경험이 없다면 대기업은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회사에 지원하여 확률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다.  합격자의 자소서 샘플을 놓고 자신의 것을 대입하는 방법으로 스토리를 만든 후 빠른 속도로 지원서 작성을 마쳐야 한다. 채용 공고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서류 통과 확률은 평균 10~15% 정도다. 이 부류는 그 보다 낮은 확률이므로 지원 양을 기하급수로 확대해야 한다. 우선  면접 기회를 잡아야 한다.     


 "내 동생은 키가 적다" "꼼꼼한 성격으로 일일히 체크했기 때문에~" 이런 수준의 글만 아니면 된다. 맞춤법은 국어 실력과 상관없다. 제출하기 전에 검사를 하는 짧은 수고만 하면 된다. 100명의 자소서 중 80명 이상은 거기서 거기다.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  따라서 스펙이 부족할수록  자소서는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중간만 간다는 생각으로, 남들과 같은 그저 그런 내용이면 된다. 대충 비슷하면 베낀다고 생각해도 좋다.  지원 회사를 극대화해야 서류통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물론 편협한 내 개인의 생각이며,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나만의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모든 젊은이가 BTS처럼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떠밀려 살아온 인생인데 지금 와서 방향을 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고속도로에 던져진 것인데 자전거를 타고서 어쩌라는 건지 답답한 심정일 것이리라.....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내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하라. 

그리고 현실을 인정하고 방향을 잡도록 하자.


※ 한 주에 하나씩은 브런치에 글을 쓰자고 했지만 지난주에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쳤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 반성한다. 이 글은 2017년도 인사실장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룹 공채를 통해 입사 지원한 학생들의 자소서를 읽다가 문득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적었던 글이다.
취준생들이 많이 보는 카페의 게시판에 '자소서 대충 써라'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글인데,
당시 조회수가 2.5만에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베스트 글로 선정되었다.
지금도 그 카페 어딘가 박제가 되어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이 글을 적었던 그날 밤의 순수했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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