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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Jan 01. 2025

올해의 어플, ‘스픽(Speak)’

내게는 통한다.

영어 공부를 정말 다시 해볼까, 마음먹은 것은 지난가을쯤이었다. 반년 동안 작가라도 된 것처럼 글을 쓰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보았고, 이후 반년 동안 달리기 프로젝트(<주간 달려요정>) 해보고 나니, 당분간 이런 식으로 나를 단련시키며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음 주제를 영어로 잡는 것은 쉬웠는데, 어떤 식으로 할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20여 년 만에 영어를 집어든 것도 이유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많았다. 내가 아는 것도, 남이 뭐라고 하는 것도.


친구에게 슬쩍, 이제 영어 공부를 해볼까 한다고 했더니, 목표를 물었다. “영어로 된 문서를 읽는 거니, 영어로 대화를 하고 싶은 거니?” 생각해보니 그조차도 정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마음 한쪽에 걸어놓기만 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벌써 2년째 <해리 포터>를 원서로 읽고, 유명한 영어 수업 어플을 1년 결제 해놓고 다섯 번도 듣지 않은 남편이 보였다. 듀오링고를 가끔 게임처럼 하는 딸도 보였다. 재미있고 영어 공부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미드가 OTT에 쌓였고, 유튜브에도 오만 가지 방법과 콘텐츠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영상이 있었다. 영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은 우리 동네에도 역시 많았다. 물론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교재도 많았다. 화상영어나 전화영어도 있을 거고… 아니면 챗GPT로?


각각의 효과와 장단점, 비용, 내게 맞는 정도가 다 다른 건 당연할 텐데, 아무거나 잡고 일단 시작하고 그냥 열심히 해보나?


하지만 그런 마구잡이 열심은 (아무리 ‘노출’이 중요한 언어 공부라 해도)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우직이라곤 유전자에 없는 나는 머리카락만 꼬고 있었다.


그러다 ‘스픽’이란 어플을 알게 됐다. 나름 유명한 어플인가 본데 (써보고 주위에 극찬했더니, 다들 이미 안다고…) 나는 처음 들어봤다. 광고를 봤는지, 검색에 걸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7일 무료라기에 일단 다운로드 해놓고 한참 잊고 지냈었다.


시에서 지원하는 저렴한 화상영어 수업을 시작하고,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아 좌절하다가(‘결심하다’가 뭐였지? ‘추억’이 영어로 뭐더라?) 스픽을 드디어 열게 되었다.


오, 강의가 괜찮았다. 말하기 연습을 하게 만드는 체계도 훌륭했다. 보기에, 사용하기에 잡스럽지 않고 깔끔했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다양했다. 후딱 할 수 있는 것, 조용히 할 수 있는 것, 들으면서 배우는 것, 아는 것 중에서 끄집어내는 것, 단어/관용구/문법/회화/발음 등등 말하기를 맥으로 모든 게 망라되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무료기간인 일주일 동안 뽕을 뽑아야지, 했다가 며칠 안에 무릎을 쳤다. 이걸로 하면 되겠어!


그래도 혹시 몰라, (1년 결제하면 훨씬 싼데) 월 결제로 했다(2만9천 원). 시작한 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연 결제하라고. (ㅋㅋ 의문의 1승?)


아직 어플의 기능과 체계를 알아가는 중인데, 매일 하게 만드는 잔 기능과 이벤트들이 있다. 내게는 통한다.


그리고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댓 번에 걸쳐 복습을 하게 만드는 점이다. 처음엔 하루 있다가, 그다음엔 사흘 후에, 그리고는 8일 후, 또 16일 후, 30일 후… 이게 왜 좋으냐면, 기억력 감퇴를 절감한 이후로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사용해본 영어 공부 어플은 세 개뿐이니, 비슷한 다른 것들과 비교해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친구의 질문 이후 생각해보니) ‘영어로 말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어쨌거나 한 달 보름 사용자로서, 더 나은 것을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어플 구독료가 하나도 안 아까울 만큼,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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