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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낙타 Apr 09. 2022

봄부추

봄부추



부추라는 이름이 낯설던 때 나는

정구지찌짐만 꾸뻐 주면 맛있게 먹을줄 알았던 아이였다.

익숙한 이름 정구지가 이제는 사투리 기분.

부추가 뭐야? 누구도 아닌 내입에 이리 쉽게 붙을 줄 몰랐다.


마늘이 들어가길 하나

그냥 무치면 되고

세상시븐게 정구지김치다

오늘 아침 부추김치를 만들며 엄마의 말이 들려.

혼자서도 부추김치를 담그는 여자가 된 나는

엄마를 찾지 않는다.

사위도 안준다는 봄부추를

혼자서 달다하고 되뇌인다.


부추가 달다.

허술한 손놀림과 상관없이 계절에 맞게 자란 부추는

알싸하고 고소하고 달큰하다.

정구지 찌짐을 그리 많이 꾸버주던 엄마는

찾지도 않는 딸에게

토요일 저녁마다 전화를 한다.

*서방은

**이는.

**이는.

**는.

딸의 식구 한명 한명의 장소와 일을 묻는다.

그들의 장소와 일을 듣고

그냥 그런 하루를 확인하고 안심한다.

묻지도 않는 딸에게

우리는 걱정마라. 덧붙인다.


방해금지모드는 유용하다.

나는 엄마를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화를 받지 않는 여자가 되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여자와 통화를 하고야마는 엄마에게

최대한의 안녕과 일상의 무료함을 전한다.

난 후회할테지.

오늘 이 봄을.

혼자서 달디 단 봄부추 담그고

달다 되뇌이던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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