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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Oct 08. 2023

학교는 아이들의 세계가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소고

소싯적에 교생 실습을 나갔던 시절,

나 역시 그저 순진하고 맑은 학생들 같았었다.

학교란 그저 착한 아이들과 지혜로운 선생님들이 모여있는 성장의 공간이라고만 여겼었고,

그건 내가 그만큼 순수했기 때문에 보여진 시각이었다.


교육을 통한 성장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성장이 반드시 공교육의 체제 안에서,

우리가 기존에 답습했던 일제식 교육체제 방식으로 이뤄져야할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현직 교사 17년차의 관점에서

한 아이의 부모이자 교육자로서

현재의 내가 바라보고 인식하는 학교의 모습은

예전에 순수했던 시각으로 장밋빛으로만 바라봐지지가 않는다.


일단, 학교의 주인은 학생과 교사가 아니다.

학교는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의 지침 하에 움직이는 수동적인 공공기관에 불과하다.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지닌 관리자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교육개혁에 적극적이지 않다.

심지어 학교에 잘 있지도 않다.

우스개소리로 교장샘이 학교를 자주 비우는 곳이 교사들이 선호하는 조건이기까지 하다.

(물론 다른 기업에서도 관리자의 적절한 눈감아주기는 미덕이리라.)


생활지도면에서

학생들은 아직도 구시대적 규율을 지켜야하고

교사는 그런 지침들을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거부할 베짱이 없다.

큰 사안이라면 교사의 판단이나 윤리적 개입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사소한 규율의 경우에 교사의 의견 따위는 필요도 없고, 건의한다고해서 바뀌지도 않는다.

어느 집단에나 존재하는 관습의 유리벽이

학교에서는 더 깊이 뿌리박혀있다.


시험이나 수업에 대해서는

착실하게 따라오는 많은 모범생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굳이 학교 수업을 다 듣고 수많은 시험들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야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기가 어렵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학창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명문대-공무원 코스을 통과했지만

그런 성취가 삶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하더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변하지 않는 답답한 규율과 관습들.

그 안에 갇혀버린 학생들과 교사들

교육청은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글쎄 . . 너무 부정적인 생각인걸까?

우리나라 학교의 건축양식은

일제시절 편의를 위해 감옥형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거대한 복도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요즘은 고교학점제, 공간 혁신 사업 등으로

휴식공간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경력이 늘어갈수록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폐쇄성은

건축적인 수선으로는 고치기가 어려워보인다.


학교의 주인은 아이들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의 이용자일 뿐이고,

교육은 학교 밖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올해들어 교육학 강의를 시작했는데

교육강국인 덴마크,독일식 교육에 대해 자꾸 얘기하게 된다.

한번쯤은 자녀에게도 경험하게 해주고픈 자유롭고 혁신적인 교육 체제들이다.

한국 공립 학교에 갇혀버린 교사로서의 한계.

그 답답한 굴레를 벗어나봐야겠다.

교육에 필요한 본질은 제도에 있지 않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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