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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Dec 17. 2023

불안으로 인한 성장 장애

공황장애로 가는 증상의 과정에서, 나는 병가를 냈었다.

병가 종료 후, 복귀한 지 두달여 되어가는 지금.

불안함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로 인한 각종 신체적 증상도 문득문득 고개를 든다.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깨질 것 같은 편두통, 위염, 스트레스성 장염, 심장 두근 거림, 가슴의 압박감, 호흡의 부자연스러움, 내당능장애, 각종 근육 질환 등...

최근에 알게 된 '미병'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특별히 큰 질환은 없지만 불쑥불쑥 아픈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여기저기 아플 때,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불안과 공황장애 증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아프고, 불안하고, 답답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한 상태이니,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실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왜 그 동안 그 간단한 이치를 몰랐던 것일까.

지나친 불안과 강박, 그로인한 마음의 공황 상태를 지니고서는

어떤 일도 제대로 수행해낼 수가 없다.

작은 생활문제의 해결부터 직장 생활에서 맞닦드린 각종 문제 상황들, 나아가 인생의 큰 결정에 이르기까지.


돌이켜보니, 과거 이혼을 결정하고자 했을 무렵

그때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것 같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큰 스트레스의 위협 상황에서는

현명한 판단과 결정, 그리고 자신감 있는 문제해결력이 절대 발휘되지 않는다.

불안증은 뇌에서 관장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증상이기 때문에

뇌 자체가 잠정적 '마비 상태'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면서 나는 참 서글퍼졌다.

얼마나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으면, 뇌까지 고장나서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내 몸의 부분부분들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가, 그 힘을 잃어 제대로 지휘를 못하고 있구나.

결국 그 지도자를 관리하는 것은 나의 마음, 심장에 있었던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천적 재능과 금자탑처럼 쌓아올렸던 경력이 있다하더라도

지나친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마음이 무저진 상황에서는

성장은 일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이 아픈 상태'를 인지하며, 아픔을 치유하고자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내 마음도 정상궤도에 올라오고, 나의 직무 수행능력도 회복될 것이다.

지금은 무언가 큰 성취를 바라기보다, '그동안 참 애썼구나. 힘들었구나.' 인정하며

지친 자아를 위로하며 '쉼'을 주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잠시 쉬어간다면 일등은 할 수 없겠지만, 완주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도탈락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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