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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Apr 21. 2024

유치뽕한 연애의 순간

봄바람이 살랑이고, 봄비가 감성을 촉촉하게 하는 주말 저녁임을 핑계로,

오늘 좀 거침없는 고백을 해보고자 한다.


바로 '연애'에 관한 짧은 생각들 말이다.

고백하자면,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도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고,

사람들이 내 삶의 어떤 부분에 관심을 보이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


아마, 누구나 한번쯤, 나와 비슷한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통계를 보면, 작성한 글 중에서 '이혼'에 관한 글들이 조회수가 높았다.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혼녀에 싱글맘인 내가, 무려 '연애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사실이다.

도대체, 왜?!

나로 말하자면, 결혼도 실패했고,

연애 크리에이터라고 할 만큼 연애를 많이 해본 것은 더더욱 아니고,

이혼 후에 누군가를 사귀고 만나는 일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가 되어버렸는데?!


백세 시대이고, 이혼은 흠도 아니라지만, 막상 한번 결혼을 경험해보니,

두 번, 세 번 결혼하는 일에 대해 재차, 삼차 생각하게 된다.

연애라는 것은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더욱 연애를 꺼리게 되는 것 같다.


잠깐이지만, 한 때 경험했던 '재혼 시장'은 마치 중고장터에 나온 매물들을 고르는 것마냥

다들 노골적이고, 저돌적이어서, 그 속도와 거침없음이 놀라울 지경이더라.

그러니, 그곳에서 연애의 순수함을 바라는 것은 확률상 어려운 일이었고,

점차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비혼을 꿈꾸는 이혼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이가 듦에 따라 만남의 기회가 적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누군가를 알아가는 데 드는 에너지를 소모하기 싫어졌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자아를 돌보는 일에 더 심취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언가 나의 삶의 이력에서, 연애 부분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인사이트가 있었기에

연애 크리에이터라는 거창한 필명이 붙었겠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결혼의 시작도 연애를 하듯 격정적으로 결정해서 주변의 걱정에도 물불 안 가리고 결혼을 했던 데다가,

이혼을 결정한 것에도 현실감이 없이 그냥 평범한 연인과 헤어지듯,

어느 날 갑자기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던 과거가 있었기에,

연애를 처음 하는 사춘기 소녀처럼 연애감각이 남다르다고 인정받았던 것은 아닐까..

혼자 착각해본다. ^-^;


뭐, 사실 내가 아닌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더 익숙하기는 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상대방을 만나지 못했던 과거에는

타인의 취향에 맞춘 옷을 입고, 타인의 조언에 따라 식단 관리를 했으며,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린다든가,

혹여나 그 사람이 나의 비루한 습관들을 알아챌까봐 말을 삼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가장 격정적이었던 연애인 '결혼'이라는 과정을 끝내면서,

나는 오히려 '이성과의 연애'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워졌다.


너무 무색 무취한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삶에는 이성과의 연애뿐만 아니라,
사랑을 쏟고, 관심 가져야 할 대상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연애에 대해 썰을 푸는 이유는,


세상에 '연애'라는 감정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도 드물기 때문이다.
유치빤스지만, 그냥 마냥 좋고, 마냥 즐겁고 행복감을 느끼는 그 특이한 감정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고,
한번 경험해 보지 않으면 너무 억울한,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기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연애 한 번 안 해 보고, 인생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좋은 사람, 첫눈에 이끌리는 사람, 이유없이 함께 있고 싶은 사람,
계속 보고 싶은 사람, 그래서 결혼까지 하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을 닮은 미니미를 키우고 싶은 사람,
하루 세 끼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눈 뜨면 생각 나는 사람,
없으면 허전한 사람, 지금 뭐 하나 궁금한 사람, 표정 보면 안아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힘들고 고단한 세상도 조금은 가벼워질 테니까!


그리고, 당신의 가장 행복한 연애는 아직 시작 전일 수도 있기에~!


이 글에 어울리는, 듣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해지는 예쁜 노래 한 곡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연애> - 김현철 


정말 유치한 것 같아 내가 하는 모든 얘기가 산다는 게
원래 그런 거라지만 저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서
님과 함께 살고 싶은 기분이야
누굴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그런 이유가 어딨겠어
그저 어느 누가 맘에 들면 그냥 맘에 드는 거지
나는 날아 날아 올라 그대와 함께 있을 때면 alright
연애하는 기분이란
나는 날아 날아 올라 그대와 함께 있을 때면 alright
정말 좋은 것 같아
사람 일이란 것을 이 세상 어느 누가 알겠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겠지
우리가 이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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