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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취업하려는 당신에게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by 생존일기

나는 스타트업이 적성에 맞는다.


나는 취미가 딱히 없다. 퇴근하고 일을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 편이다. 누가 시켜서 한다기 보다 나는 일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반면 여러 회사를 겪으며 만나본 여러 동료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겪는 것을 숱하게 보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한 회사의 형태인지 나누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에 입사를 고려하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분들께는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 스타트업에 왔는가? 그 답이 고통을 정의한다

얼마 전, 한 후배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가 3개월 만에 이직을 고민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제 업무 범위가 너무 모호해요. 기획자로 왔는데 CS도 하고, 재고 관리도 하고... 이게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요?"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다가 몇 가지 질문을 건냈다. "스타트업에 오신 계기가 궁금해요. 커리어 발전을 위해서였나요?"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음... 성장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좋은 목표에요. 하지만 추상적인 목표로 선택을 하게 되면 선택 자체가 잘못 될 수 있어요. 커리어를 위한 성장이란 이직을 위한건가요? 아니면 연봉인상을 위한건가요?, 그렇다면 그 목표에 스타트업이 적합했나요?"

그는 말문이 막혔다. 많은 동료들은 이 부분에서 딜레마를 겪는 것 처럼 보인다.


스타트업에서 경계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은 맞다. 갑작스런 사업의 확장, 누군가의 퇴사로 리소스가 항상 부족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착취로 느끼지 않고 투자로 느끼려면, '왜 여기 왔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만약 스톡옵션이나 큰 연봉 상승을 노리고 왔다면, 워라벨 없이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가 10배 성장해야 옵션도 의미가 있고, 그 성장은 모두가 미친 듯이 일할 때만 가능하다. 시리즈 A를 준비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9 to 6 근무를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만약 창업 전 간접 경험을 위해 왔다면, 더욱 그렇다. 사업자는 기획도 하고, 영업도 하고, 회계도 보고, 고객 클레임도 직접 받는다. 지금 겪는 그 '경계 없는 업무'야말로 배워야 할 사업의 실체다. 편하게 배우고 싶으면 MBA에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스타트업에서는 배울 수 있다. 새벽 2시에 터진 서버 장애를 해결하는 법, 월말에 통장 잔고가 바닥날 때의 절박함, 핵심 인력이 갑자기 퇴사했을 때의 공황.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성장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주변 동료들은,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강도를 못 이기고, 어떤 이는 더 큰 기회를 찾아서. 그 빈자리는 당연히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

마케터가 CS를 맡게 되고, PM이 투자 IR 자료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질수도 있다.그렇다면 잘못된 목표와 선택으로 인해 맞지 않는 곳에 온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경험들이 쌓이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곳에 온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죽어라 일하다 보면 1년 후, 기획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을 하되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2년 후 개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기능이 비즈니스에 어떤 임팩트를 주는지 이해하며 코드를 짜는 사람이 된다. 3년 후 한 영역의 전문가가 아니라, 사업의 전체 톱니바퀴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꿰뚫어 보는 사람이 된다.이것이 여러분이 얻는 것이다.


내가 만든 기능이 매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마케팅 비용 1만 원이 어떤 고객을 데려오는지, 한 명의 이탈이 회사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다음 라운드를 마쳐야 하는 절박함이 어떤 것인지.

이 '전체성'에 대한 이해야말로 스타트업이 주는 가장 값진 교육이다.하지만 이것은 공짜가 아니다.


지금 겪는 혼돈, 밤샘 작업, 끝없이 바뀌는 우선순위, 경계 없는 업무.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지불하는 학비다.


그렇다면, 누가 스타트업에 가야 하는가

스타트업, 과연 누구에게 맞는 선택인가? 그리고 무엇을 기대하고 가야 하는가?

먼저 명확히 해두자면. 스타트업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가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고, 각자에게 맞는 환경이 다르다.


만약 아래와 같은 것을 원하고 스타트업을 입사했다면, 스타트업은 여러분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첫째, '명확한 업무 경계'를 원하는 사람.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업무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내 직무기술서에 적힌 일만 하고 싶다면 스타트업은 지옥이다. 금요일 저녁 9시에 긴급 회의가 잡히고, 주말에 갑자기 고객 이슈가 터지며, 마케터인데 배송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둘째, '시스템과 프로세스'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명확한 승진 체계, 검증된 업무 매뉴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스타트업의 매뉴얼은 직접 만들어야 하고, 승진 체계는 유동적이며, 온보딩은 "일단 해보면서 배우세요"인 경우가 많다.


셋째, '브랜드의 후광'이 필요한 사람.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면,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 이름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어떤 회사 다니세요?"라는 질문에 "아, 거기 몰라요"라는 대답을 듣는 것이 힘들다면,그게 나에게 중요하다면,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낫다.


반대로, 만약 다음과 같은 것을 기대하고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면, 스타트업은 최고의 학교가 될 것이다.

첫째, '빠른 성장'에 목마른 사람.

1년에 10%씩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3개월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스타트업만 한 곳이 없다. 일반기업에서 5년 차가 되어도 하지 못했을 의사결정을, 스타트업에서는 1년 차에 내린다. 기획안을 쓰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 책임지는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경험한다.


둘째, '전체를 보는 눈'을 기르고 싶은 사람.

일반기업에서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작은 부품이 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엔진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매출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비용이 어디에 쓰이며, 투자는 어떻게 유치하고, 조직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이 '비즈니스 문해력'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셋째, '창업'을 꿈꾸는 사람.

언젠가 내 사업을 하고 싶다면, 스타트업만큼 좋은 실전 학습장은 없다. 성공하는 회사에서 일하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배우고, 어려움을 겪는 회사에서 일하면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두 경험 모두 값지다. 남의 돈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넷째, '불확실성을 연료 삼는' 사람.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두렵기보다 흥분되는 사람.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좌절하기보다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 실패했을 때 무너지기보다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기질을 타고났거나, 혹은 그렇게 되고 싶다면 스타트업의 혼돈은 당신을 단련시킬 것이다.


무엇을 바라고 가야 하는가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스타트업에 무엇을 기대하고 가야 할까?'가 아닐까?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첫째, 압축 성장. 3년이면 10년 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단, 이것은 강도 높은 학습과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동적으로 일하면 그저 잡무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경험을 능동적으로 학습의 기회로 만들어야 기회와 보상이 따른다.


둘째, 나의 시장 가치가 급상승하는 것을 겪어볼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검증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케이스가 많다. 특히 0에서 1을 만든 경험,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를 낸 경험, 적은 리소스로 큰 임팩트를 만든 경험은 나의 시장가치를 높히는데 도움이 된다. 단, 이것은 '성과'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냥 고생만 하고 배운 것이 없거나 성과가 없다면 시장의 반응은 냉정 할 것이다.


셋째, 스톡옵션이라는 복권이 있다.

즉 회사의 성공으로 한번의 큰 금융치료를 받게 되는 샘.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거나 평범하게 끝난다. 엑시트를 기대하되, 그것에 인생을 걸어서는 안 된다. 스톡옵션은 보너스지, 연봉이 아니다.


넷째, 자율성과 오너십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다음 주에 실행되고, 내가 만든 기능이 즉시 고객에게 전달되는 짜릿함. 이 피드백의 속도와 내 일에 대한 주인의식은 스타트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없는 것

첫째, 단기적 금전적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보다 적은 연봉, 불확실한 미래, 복지 혜택의 부재. 만약 지금 당장 목돈이 필요하거나, 대출 상환 압박이 있거나,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면 신중해야 한다.


둘째, 워라밸은 포기해야한다.

물론 워라밸이 좋은 스타트업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업무 강도가 높고 경계가 모호하다. 저녁 7시 이후의 시간과 주말을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지키고 싶다면, 스타트업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셋째, 명확한 커리어 경로는 확답할 수 없다.

"5년 후 나는 어떤 직급, 어떤 업무를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다. 회사가 성장하면 당신도 따라 올라가지만, 회사가 정체되거나 실패하면 당신의 커리어도 타격을 받는다. 안정적인 승진 사다리를 원한다면, 이 불확실성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넷째, 브랜드 파워.

이력서에 적힌 스타트업 이름은 대기업만큼 즉각적인 신뢰를 주지 않는다. 회사 이름이 아니라 '내가 한 일'로 증명해야 한다. 이것은 때로 더 큰 기회가 되지만, 때로는 문턱이 되기도 한다.


정리해보면, 스타트업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하나다.

"나는 지금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

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현재의 안정'에 투자하고 싶다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미래의 능력과 성장'에 투자하고 싶다면, 스타트업은 최고의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지금 내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20대 중반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과, 30대 후반에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것은 모두 가치 있는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행복과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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