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변한 날.
블로그에 업로드된 사진 몇 장과 짧은 문장. 그 문장 속 '보고 싶어'라는 네 글자에 영원히 닿지 못할 거리가 담긴다. 어느 날 보았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에, 나는 아직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스쳤다.
늦은 밤. 밤을 달리는 버스와 밤을 달리는 택시를 타고 나는 가만히 앉아서 목적지에 닿기를 기다렸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만히 앉아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밤 열한 시. 목적지에 도착하니 밤의 어두움만큼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바깥은 무척 어두웠는데, 안은 매우 밝았고, 옷은 어둠을 닮았는데, 하얀 꽃들은 너무나 밝았다.
모든 것들이 대조를 이뤘다.
친구를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는데, 오히려 나를 다독이는 건 눈물을 쏟아야 할 것 같은 친구였다.
'밥 먹어. 이따 같이 집에 다녀올래?'
'그래.'
집에 다녀오는 길, 조금 울먹였고 조금 웃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쓸데없는 말을 해도 마음이 자꾸만 먹먹해지는 게 이상했다.
함께 집에 다녀오고 빈소 어딘가에서 함께 쪽잠을 자고 일어난 새벽. 두런두런 들리는 대화 속에 박힌 한 문장.
“가장 예쁜 꽃으로 해달라고 했어.”
지난밤 나무나 밝았던 하얀 꽃들의 비밀은 문장 안에 있었다.
마음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묻는다는 것, 너무 울어서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는 것, 닿지 못할 거리들이 이것저것에 묻어난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누군가는 그날 그 장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 사람 말대로 산 사람들은 살았다.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마음에 묻고.
닿을 수 없는 마음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의 깊이를 지켜보는 것.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