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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Sep 17. 2023

은유로 내게 다가오는 것들

<인생의 일요일들> 8주 차.

    어쩐지 바쁘게 움직이고 싶었던 토요일. 괜히 나를 위한 꽃다발을 하나 데려오고 싶고. 그래서 마음이 가는 담백한 식물의 모음집을 데려왔다.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어서 오자마자 화병에 시원한 물을 받아 펼쳐놓으니 그대로 주욱 펼쳐지는 게 더 자연스럽고 예뻐 보이지 뭐람. 향기가 가득한 꽃의 조합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내 방을 가득 채우는 식물 다발. 내 방 한편에 놓인 화병 속 작은 다발을 보며 나도 이 녀석을 자꾸만 닮고 싶어 진다.



    꽃은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자신을 피움으로써 은유가 된다. 괜히 나를 위한 꽃다발을 데리고 오고 싶었던 것이 무의식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주 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꽃, 별, 그리고 모차르트.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또 슬픔은 무엇인지. 우연으로 닿이는 것들이 때때로 길을 만들 때,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무수한 우연들을 마주하며 시간을 쌓아 올릴 때. 우연을 필연이라 믿으며 마주하는 모든 것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별의 빛이 과거의 빛이 현재에 닿는다고 얘기하는 천문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 가는. 결국 모든 것들이 은유로 내게 다가오는 밤.






활짝 핀 꽃 하나하나가 다 계시 같았어요. 공기 중에 퍼져서 방의 밀도를 높인 것, 꽃에게서 터져 나온 것은 향기가 아니라 진실이에요.  

'한번 아름답게 피어봐야지. 추하게 살지 말아야지, 그렇지?' -60p


아주 순수한 것들만이 텅 빈 마음을 그렇게 순식간에 가득 채울 수 있을 거예요. -67p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아니요. 제게 아름다움은 그냥 기습적으로 주어진 선물들이에요. -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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