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좋은 남편과 살며 배운 팔자 좋아지는 법
"네 남자친구 말이야, 엄청 부자 같아!"
연애 시절, 지인에게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주면 어김없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에게서는 팔자 좋은 부자의 향기가 난다는 것.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은 여지없이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저는 마음이 부자예요."
솔직히 결혼 전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내심 '혹시 이 사람이 정말 엄청난 부자는 아닐까' 기대했던 적도 있다.
결혼을 하고 재산을 합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정직한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완벽하게 깨달았다.
아내로서 위와 같은 남편은 꽤나 울화통이 터지는 편이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천하태평이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가시 돋친 질문에 남편은 또다시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나는 팔자가 좋아."
아무런 걱정 없이 인생을 사는 데 신기할 만큼 안 되는 일이 없다.
손을 대는 일마다 인정을 받고, 크고 작은 일에 운이 따른다.
뽑기 중에 뽑기라는 전자기기도 이상하게 남편이 산 물건은 잔고장 하나 없다.
"이 인간의 비결은 뭘까?"
시샘이 많은 나는 그 이유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가만히 남편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팔자 한번 고쳐보자는 마음으로 남편의 입버릇을 탐구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 길에서 내 티셔츠가 제일 이쁘지?” 티셔츠 하나에도 남편은 자부심이 넘쳐흐른다. 뭐든지 자기가 고르고 산 것에 대해서는 그게 최고라는 믿음이 있다. 한 걸음 진지하게 나아가면, 본인이 선택한 직업, 학교, 그리고 배우자에 대해서도 늘 만족감을 표하는 편이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남편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러한 남편의 사고에는 ‘그때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시기를 놓치며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한창 속상해하고 있는 데 옆에서 이런 말을 하면 정말 꿀밤이라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런 마인드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나를 남편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철저히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구분 지어 생각하는 모습에 혹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돕고 싶어 하는 나는 금방 나가떨어지기 일쑤이지만, 남의 일을 남의일처럼 돕는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도움을 준다.
손이 빠른 남편은 자신이 맡은 할당량을 남들보다 먼저 끝내는 편이다. 그렇게 생긴 여유 시간에 남편은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냥 쉬거나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지만 남편에게는 이렇게 쌓이는 자신에 대한 평판과 좋은 기억들이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남편은 '될 놈은 된다'의 바로 그 될 놈이 자신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근거는 없다. 하지만 입버릇처럼 "나는 팔자가 사나워"라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팔자가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팔자가 좋다는 사람을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여 결국 결혼까지 했다.)
열심히 적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남편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같아 머쓱해진다.
뭐든 자기 것이 최고라고 우기는 남편을 벌써 닮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조금씩 닮아가다보면 내 팔자도 어느새 '자타공인 상팔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