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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Apr 13. 2022

평일에 아이와 미술관 가는 로망

나도 백남준님의 비디오 아트 보고 싶었는데

평일에 아이와 함께 미술관 가는 로망이 있었다. 한적하니 좋긴 좋았다. 나도 백남준 비디오 아트 전시 보고 싶었다. 화면에 불 들어 온 거 보고 싶었다. 근데 애 쫓아 다니느라 못 봤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차로 5분, 10분이면 가는 거리. 평일에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는 로망이 있었다.


드디어 해봤다. 평일에 미술관이라니. 그것도 아이와 함께 말이다. 회사 다닐 땐 생각할 수 없는 호사를 휴직 기간에 누려 보는 거다.  


미술관은 한적하니 좋긴 좋았다. 헌데 옆에 붙어 있는 서울랜드, 동물원 때문인지. 아니면 만발한 벚꽃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때문인지 사람이 참 많았다. 생각보다 주차가 쉽진 않았다.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이 좋은 날씨에 실내 미술관 말고 대공원 야외 나들이를 할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그래도 나의 로망을 이루고자 마음을 다잡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국립 현대 미술관 과천은 현재 무료 전시만 개방하는 중이다. 별 다른 티켓팅 없이 가뿐히 입장 할 수 있었다. 1층 입구에 백남준 비디오 아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트 알못이지만 ‘어디 가시오. 나 백남준이오’ 하고 부르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와 동행 중인 애미는 자유롭게 어딜 갈 수가 없다. 아이의 흥미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백남준님을 뒤로 하고 어린이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아이는 생각보다 꽤 오랜시간을 열심히 눈으로 맛 보고 손으로 즐기고 놀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밖으로 나와 보니 비디오 아트 시험 운전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 보시오. 보고 가라고 하지 않았소’ 하는듯 했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미술관 안을 살펴보니 1층 실내에 피자도 팔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여기서 뭘 좀 먹을까 했는데 바닥 걸레질을 하는 아주머니가 나오셔서 이제 문을 닫는다고 하셨다.


아이고야. 아이 먹일 간식도 안챙겨 오고 무슨 전시를 하는지 검색도 안해서 백남준님 아트도 못보고. 나는 오늘도 너무 무지렁이로 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한번 더 오게 되면 오늘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휴직하니까 그게 좋다. 휴직자의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르는 듯하다. 오늘 아니면 조만간 다음이 또 있다는거. 그게 참 좋다.     


어린이집 반아이 중에서 제일 늦게 하원하는 아이. 엄마, 아빠 대신 돌봄 선생님 손에 이끌려 놀이터 한바퀴를 돌거나 집에 가서 놀이하며 퇴근하는 부모를 7시까지 기다리는게 일상이었던 아이었는데 요즘은 2-3시면 내가 직접 하원 시킬 수 있다. 영어, 미술 수업 끝나고 달려오는 아이를 두 팔벌려 힘껏 안아줄 수 있다.그게 요즘 나의 행복이다.


평일에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는 일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오늘도 역시나 나는 미숙한 엄마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대로 오늘의 시간이 꽤 괜찮네. 순간 순간 행복한 단어들만 머리에 떠올리고 마음에 품고 음미했다.  


, 아쉬운거 한가지. 나도 오늘 백남준 전시를 보고 싶었다. 비디오 아트에  들어온거 보고 싶었다. 근데 애 쫓아 다니느라 못 봤다. 다음엔 아이와도 함께 와보고 혼자서도 와봐야겠다.


벚꽃이 지기전에.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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