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1학년.
네 초등학교 아니라 국민학교 입학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 국민학교 입학한 어린아이들에게 반공 서적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반공 포스터 그리기 등도 있었고..
그래 그런 때가 있었다.
정확히 책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유명한 "콩사탕이 싫어요"류의 반공 서적이란 것 말이다.
방학숙제였는지 일반 학기 중 수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 중간에 나온 삽화의 느낌이 생생하다.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 또는 공비와 맞닥뜨리는 섬뜩한 장면 같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 겨우 한국 나이로 8살인 (만으로는 6-7살) 아이들에게 전국적인 차원에서 그런 책을 읽혔다는 것이 참 놀랍다.
나도 그런 정신 교육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나 할까.
나는 그 교육으로 인해 정신 개조를 어느 정도는 당했던 것일까.
가끔 이런 얘기를 지인들과 하다 보면
"대체 언제 적 사람이세요?"
라는 놀림 아닌 놀림을 당한다.
그러면 나 또한 장난스럽게 대꾸한다.
"왜 이러세요 같은 또래끼리"
말 그대로 쌍팔년도에 경험했던 일들을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올려 본다.
초인공지능, 초격차를 논의하는 2020년에 꺼내기엔 참으로 민망한 이야깃거리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디지털 시대를 논의하며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데 빠지지 않는 용어가 밀레니얼 세대이다.
한 마디로 퉁 쳐서 옛날 용어로 표현하면 '신세대'를 의미한다.
신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구세대를 의미하는 슬픈 현실은 잠시 묻어두자.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80년대 이후에 태어나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을 말한다.
하루하루 나이가 드는 것, 젊은 세대와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서글픔을 느끼는 요즘,
"아싸 나도 밀레니얼에 속한다!"
라고 속으로 외쳐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나는 아직 젊은 세대다 라며 애써 자기 위안을 삼는다.
20세기 초 세상을 지배했던 냉전 시대의 전유물, 반공교육의 역사의 현장에 있던 사람이 5G 시대를 맞이한다니.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