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Mar 19. 2023

유럽우체국4_그 아이의 소식

너가 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그 애의 소식을 들은 건, 그 누구도 아닌 SNS를 통해서였다.


각종 드라마와 막장이야기, 오늘만 사는 청춘들의 무리 한가운데 자리잡았던 그가,

뜬금없이 떡 여자친구와의 임신소식과 초음파 사진을 올린것이다.


C의 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클럽에 가자며 무턱대고 집 밖을 나섰던 밀라노의 어느 새벽.

결국 큰 그룹에 티켓도 미리 사지 않았던 우리는 그대로 다시 돌아와야했지만

어려서, 젊어서 가능했던 그 수많은 밤들


잘생긴 외모로 이탈리아 여자애들의 눈물을 꽤나 흘리게했던 필리핀계 이탈리아인 J에 대한

루머는 매주 업데이트되어 친구들 사이사이 돌아다녔었다.


몇년전부터 한 여자친구와 오래 사귄다 싶더니 갑자기 발표한 여자친구의 임신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나의 밀라노 생활에서부터 흘렀는지를 느껴지게 해주었다.

밀라노 중앙역, 첸트랄레 근처에 우리가 자주 모이곤 했던 Y의 집.

돈이 많지 않은 유학생이었던 우리는 마트에서 파는 3유로짜리 냉동피자에, 제일 크고 9유로를 넘치 않는

와인 한병을 골라 나눠마시곤 했다.

한번도 집에 있는 걸 본 적이 없는 Y의 룸메이트의 부재에 감사하며 스피커에 음악을 크게 틀고 따라부르며 웃었던 이탈리아의 가을 밤들.


우리가 나눈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농담들과 중요하지 않던 대화들은

그렇게 그 오래된 Y의 집에 묻혀있다.


J가 올린 한 장의 사진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옛 유학생 친구들과, 그 사이의 시간들과,

우리가 놀던 그 모든 장소와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J,너에 대한 소문들은 조용히 기억속에 묻어둘게, 부디 좋은 아빠가 되길바라!

p.s-너, 나를 기억하긴 하니? (오우 참고로 전 이 아이와 아무 썸씽도 없었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유럽우체국3_모모와 노르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