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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19. 2024

엄마가 죽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엄마가 죽는 꿈을 꿨다.


쇼핑몰에 옷을 사러 간 엄마에게 흉기를 든 남성이 이유없이 달려들어 공격했다고 했다.

엄마뿐 아니라 서너명의 희생자가 더 있다고 했다.


꿈 속에서의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통곡했다.

워낙 감성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웬만한 일에 화는 날지언정 우는 것은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극 이성주의적인 성격탓에 "운다"는 행위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생소했다.

하지만 꿈에서는 정말 우는 것말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모든 수분을 눈물로 내보낼 정도로 바닥에 쓰러져 울고있었다.


꿈 내내 들었던 생각은, '내가 좀 더 잘 할껄'.

너무나 클리셰적이게도 늘 소설책에서,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내가 하고 있다니, 꿈 속에서도 믿기지 않았다. 인생을 정말 덧없고 우리는 너무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사는 존재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아마 엄마와 몇주만에 영상통화를 해서일까.

엄마가 꿈에 나온건 정말 몇년만이었다. 꿈을 시작으로 내가 기억하는 제일 옛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러 기억속을 되짚어 올라갔다. 내 뇌리에 가장 선명이 박힌 엄마에 대한 기억은, 중학교 때 4일간의 중간고사를 마치고 시내로 나가노는 친구들과 함께 나가 놀아도 되겠냐는 나의 물음에 휴대폰 너머로 너무나 단호하게 "절대 안돼. 학원 늦지않게 숙제해서 가"라고 말한 엄마의 목소리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싫어!"라고 반항하고 하루쯤 학원을 빼먹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엄마가 무서워 울면서 단어를 외우며 학원에 가던 어린 내가 참 우습다.


어릴적에는 그렇게 단호하고, 엄하고, 무섭던 엄마가 언제 이렇게 약해진걸까. 

영상통화속에 엄마는 늘어진 피부를 걱정하고 있었고, 카리스마보단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소파에 기대에 캐나다에서 행복한지 나에게 물었었다. 

나의 행복에 대해 자주 묻는 엄마, 당신은 요즘 행복하지 않다는 뜻인걸까.


엄마가 살아온, 견뎌온 오십년이 넘는 시간들에게서 아직도 자유롭지 않음을 나는 느낀다.

큰 강물에 흘러 두둥실 유영을 하는 삶이 아닌, 다소 거친 계곡물에 쓸려 잠겼다가 올라옴을 반복했던 쉽지않았던 엄마의 삶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스물일곱에서야 오다니. 

내가 이해하기엔 버거운 당신의 삶을 조금씩 안쓰럽게 여기게되는 순간부터, 엄마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남과 동시에 받던 사랑이라 너무 당연해 몰랐지만,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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