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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08. 2024

김밥열풍에 탑승

북미를 뜨겁게 달구는 김밥의 인기란!

얼마전부터 김밥에 대한 북미에서의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뉴스와 영상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내가 이탈리아에 살았을때만 해도 김과 밥에 알록달록한 채소들이 들어가면 무조건 일본 롤이라고 생각하던게 일반적이었는데..

이젠 POTLUCK(파티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작은 요리들을 각자 들고오는것) 파티에 초대받으면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아는 친구들은 조르르 달려와서 김밥을 가져왔는지부터 확인한다.

심지어 햄버거와 파스타밖에 안먹는 코키한 캐네디언 백인 친구조차 "이게 뭐야?"라는 감탄사와 함께 입으로 직행하는 신기한 해프닝을 보여줄 정도면, 김밥의 인기는 당당히 북미에서 인정받은 게 확실하다.

(일전에 이 친구는 내가 열심히 차린 파티상에 손도 안대고 주스만 마시다 간 전적이 있다)


캐나다로 이주한 후 나와 남자친구의 넘버원 소풍도시락은 무조건 김밥이었다.

만들기 간편한 것도 아니고(알겠니 자슥아!)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자칫 잘못하면 옆구리 터져서 속상하게 만들기 일쑤인 김밥은 따듯하지 않아도 맛만큼은 최고라서 밴쿠버 뚜벅이로 쏘다니는 우리커플에겐 최고의 도시락 메뉴다. 냉동실 한켠에 늘 두세봉지씩 구비되어있는 김밥 김!(말하는 순간 확인하니 다 떨어졌다. 이럴수가. 한인마트를 갈때가 되었다)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김밥하면 생각나는 우리 엄마.

커리어 우먼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엄마는 서울시청 공무원이시다. 지금은 연세도 좀 있으시고 승진도 많이 하셔서 편한 자리에서 칼퇴하는 삶을 살고 계시지만 이전에는 새벽같은 출근과 새벽퇴근이 있었던 공무원답지 않게 워라벨은 개나 줘버린 삶을 사셨다. 학창시절 엄마가 해주는 밥은 기억도 안나고 이모나 할머니가 해주시던 밥만 기억나는 나에게, 엄마의 밥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 와중 유일하게 우리 자매가 죽고못사는 엄마의 메뉴는 김밥이다. 딱히 특별한게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대단한 스킬로 마는 것도 아닌데 엄마의 김밥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가는 짱맛있는 김밥이다. 

아기 새마냥 대학생 딸 둘이 아침식탁앞에서 김밥을 주워먹고 있으니 으스대며 엄마가 하는 말.

"밥과 정성이 중요한거야!"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먼 캐나다에서 싸먹는 김밥이 맛있긴하지만 엄마가 해준 김밥맛이 안난다.

생전 처음 김밥을 먹어본 남자친구는 세줄은 거뜬히 냠냠 해치우지만 난 한국에 돌아가면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을 생각뿐이다. 엄마! 이천쌀로 부탁해!! 윤기 좔좔 찰기흐르는 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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