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덕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Apr 05. 2024

79. 지혜, 욕심과 의지를 비운다

도덕경 제3장

성인은

현명하면 시비를 잘 분별해,

다툼이 일어남을 알고 있다.

현명함을 높이 여기지 않아,

백성이 다투지 않도록 한다.


어려운 목표 달성이나 욕심에 집착하면

백성은 불법과 도둑질도 가리지 않는다.

성인은 얻기 힘든 재물을 중시하지 않아

백성이 욕심나 도둑질하지 않도록 한다.


왕이 하고 싶은 일을 겉으로 드러내면

백성은 세금과 노역 등으로 고생한다.

성인은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지 않아

백성의 마음이 심란하지 않도록 한다.


이 때문에 성인이 다스릴 때

지혜, 욕심과 의지를 비운다.

이를

마음을 비우고, 뱃속을 든든히 하며,

의지는 약하고, 뼈를 튼튼히 한다고

한다.


성인은

현명함이나 어려운 목표에 집착하지 아니하여,

늘 백성이 지식과 욕심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고,

저 지자란 자가 감히 의도적으로 못 하도록 한다.

의도적으로 하는 게 없으면 못 다스리는 게 없다.


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불상현, 사민부쟁,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현가욕, 사민심불란.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其骨.

시이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常使民無知無欲, 使夫智者不敢爲也.

상사민무지무욕, 사부지자불감위야.

爲無爲, 則無不治.

위무위, 즉무불치.


리더는 자신을 보좌해 줄 현명한 인재를 뽑고,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며, 의욕적으로 국가를 다스리면 국가를 잘 통치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성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명한 인재가 싸움을 만들고, 어려운 목표 달성에 집착하면 구성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불법을 자행한다. 의욕적으로 국가를 다스리면 구성원들은 세금과 노역으로 고생하며 리더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심란하다. 지혜, 욕심과 의지로 다스리지 않고, 그럴 마음을 비운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며 못 다스릴 게 없다.


'분별하는 지혜 비판'

노자는 현명한 인재가 시비를 잘 분별하여 싸움을 만드는 원인 제공자라고 생각한다. 현명하면 이해와 시비 등을 판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항상 이분법으로 갈라 날카롭게 비판한다. 다툼이 떠나지 않고, 다름을 포용하지 못한다. 현명한 인재가 어리석은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구조에 대해 비판했다. 지적 능력만으로 사람을 다스릴 수 없다. 현명한 인재가 어리석은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보다 순박하고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의견을 듣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정치가 오히려 낫다.


'의욕 비판'

리더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등 결과에 집착하는 경우 구성원은 그 목표를 맞추기 위해 불법이나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가 직원에게 성과 목표를 주고 분기별로 성과 평가하고,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 전화하여 퇴직을 압박한다고 하자. 직원들은 고객이 손해 보더라도 회사에 찍히지 않게 과정을 무시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을 달성하려고 애쓴다.


리더가 원하는 바를 구성원에게 내보이고 열정적으로 이루려고 하면 구성원들은 세금이나 노역으로 고생한다. 또한 리더가 좋아할까 싫어할까 눈치를 보고 노심초사하며 리더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를 쓰고 리더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바친다. 구성원의 마음이 심란하다.


'마음을 비우고 뱃속 든든함을 추구'

마음은 의식을, 배는 의식하지 않음(자율, 무의식)을 상징한다. 머리 복잡한 리더는 자기 생각이나 의욕으로 가득 차 있고, 그렇게 안 되는 경우 불평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성인은 자기 생각이나 의욕을 비우고 순리에 따라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다스린다. 마음을 비우고 뱃속을 든든히 한다고 표현했다. 왕이 빈 마음을 가지면 고정된 자의식이 없어 하늘처럼 맑다. 백성도 비옥한 땅과 같아 걱정이 없고 편안하며 즐거이 일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안거낙업(安居樂業, 80장)의 삶을 살 수 있다.


‘의지는 약하고 뼈대의 튼튼함을 추구’

성인은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백성들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순리에 맡기고 의욕으로 하지 않는 왕은 백성들의 자발적 에너지를 믿고 스스로 할 때까지 꿋꿋하게 기다린다. 반면 의욕에 넘치는 왕은 순리에 상관없이 백성에게 자꾸 명령하고 지시하여 백성이 고생한다.


의지의 강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드라이버로 골프공을 치는 모습을 그려 본다. 힘 잔뜩 주어 멀리 보내려고 하면 뒤 땅 치거나 순간 스피드가 줄어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 무던히 연습하여 힘이 빠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후려쳐야 멀리 나간다.


튼튼한 뼈는 의식하지 않아도 내면이 건강하고 강인함을 상징한다. 뼈는 몸을 유지하는 근간이고 뼈가 튼튼한 사람이 건강하고 강인하다. 주먹을 예로 들면 나무를 반복적으로 때려 굳은살 배기고 뼈가 굵어져 튼튼하다. 강하게 내지르려는 생각을 안 하고 힘이 빠져 자연스럽고 빠르며 묵직하다. 의지가 강해 힘을 꽉 주면 주먹이 느리다. 뼈가 약하면 속도가 나지 않고 심하면 통증이 있고 잘 부러진다.


'의도적으로 하지 않음(무위)'

리더가 지식이나 어려운 목표 달성 등 욕심에 집착하기 때문에 구성원도 진심보다 지식을, 현재에 대한 만족보다 욕심을 낸다. 성인은 지식이나 욕심에 집착하지 않고 지혜로운 통치자가 의도적으로 못 하게 한다. 의도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하며, 국가는 저절로 잘 굴러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78. 도는 세상 모든 존재의 시원이고, 있는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