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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Apr 25. 2024

머리글: 공부의 이해와 공부로부터의 자유

공부의 이해와 공부로부터의 자유

어렸을 때 부모님이 공부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고, 친구 대부분도 학원을 다니지 않아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없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기 어려웠다. 친구들의 문제집을 빌려 큰 누님이 복사해 준 문제집을 풀었다. 인쇄용지의 질이 안 좋아 그때 눈이 많이 나빠졌다. 문제집이 없었던 과목은 교과서로 공부하였고 교과서에서 선생님이 어떻게 문제를 낼까 고민하였다.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부 안 하고 놀면 갈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었다. 공업고등학교에 가 기술을 배우고 바로 취업하는 길로 접어든다. 그렇게 사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주변을 둘러보니 블루칼라 월급이 화이트칼라보다 많지 않았다. 대학교 다니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낭만이 있고 연애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다.


학문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대학교에 들어간 것 같다. 대학교 경영학과의 결정도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 학력고사 시절이라 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교와 학과를 선택했다. 대학교에 들어가 경영학과의 수업을 들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 딴판이었다. 경영학 개론, 생산관리, 인사관리, 마케팅, 회계학, 경제학 등 따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인간의 자유, 평등 등의 가치보다 소비나 인간의 생산성에 관심을 두는 것 같았다.


경영학에 관심이 없어 겉돌았다. 대학교에 들어가 1학년 내내 학교 도서관에서 줄구장창 소설책을 읽었다. 그때 장편소설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을 좋아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지금도 여주인공 윤주가 생각난다. 그렇게 1학년과 2학년이 지나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 학교 졸업하고 실업자가 될 것 같았다.


부랴부랴 군대에 입대했다. 험한 꼴 많이 당했다. 제대하고 회계사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그 직업을 선택할 마음이 있어 공부한 게 아니었다. 단지 경영학과 학생들을 보니 노란색의 중급회계 책을 많이 보고 있어 그냥 나도 선택했다. 내 성격이나 성향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졸업할 때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형적인 회계사 스타일과 차이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과 다른 선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 잘못된 선택이거나 그 선택에 대해 후회는 다. 성격이 보완되어 좋은 점이 많다.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에서 전형적인 회계사 유형과 다른 사람을 고객있었고 나도 내 독특함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어 나름 매력이 있다.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합격하고 싶었다. 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법을 알아서 공부한 게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을 나도 보았고 냅다 팠다. 대학 때나 회계사 시험 공부할 때까지도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헤맸다.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어느 날에는 목표했던 진도를 나가지 못해 자책을 했고, 그 자책이 화근이 되어 슬럼프가 왔다. 슬럼프가 오면 한 2일~3일은 공부를 못했다. 시험에 떨어져 졸업한 후 도서관에서 외로움을 견디면서 공부하고 실업자 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시험공부를 빨리 끝내고 싶은 욕심이 커서 온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다행히 학부 내에 2차 시험까지 합격하여 빨리 탈피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30대가 되었다. 조카 등 주변을 둘러보니 공부 때문에 부모와 학생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다. 공부가 행복을 담보해 주지 않는데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공부를 빨리 끝낼 수 있는지 고민했다. 실전에 적용해 보았다. 마침 미국회계사 시험이 있었다. 보통 대학생이 공부하는 경우 한 2년 이상 걸리는 시험을 1달 정도 공부해서 취득했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미국에서 CBT 시험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주관식  문제는 영작해야 했다. 영어 놓은 지 오래되어 작문 실력은 형편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핵심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썼다. 채점관 입장에서는 애매했을 것 같다. 뭔가 아는 것 같은데 글 쓰는 실력은 초등학교 수준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나서 미국회계사 시험 공부하는데 시간을 단축한 게 아니다. 단지 한국 회계사 시험공부를 해서 비슷한 과목이 있는 미국회계사 시험공부에 유리했고 몇 가지 공부 요령을 적용했다. 시험은 이해, 정리, 암기, 문제 풀이중요하다. 내용 이해를 위해 강의 비디오테이프를 하루에 12시간 이상 듣고, 미국회계사 시험에 나올 것 같은 중요한 사항을 많이 외웠다. 가장 많이 보는 수험서의 문제집도 3번 풀었다.


학교 공부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거의 반 평생을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고, 자녀들에게 공부를 시킨다. 고난의 행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위해 공부는 피할 수 없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교육제도에서 살고 있어 공부할수록 개인의 행복과 멀어진다. 그렇다고 현재 교육제도를 마냥 거부하는 입장은 아니다. 현재 있는 제도는 좋든 싫든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거부해 봐야 속은 안 풀리고 자기만 손해다.


교육제도의 단점을 알고 여유 시간에 개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수양이나 나, 남과 환경과 관계를 잘하기 위한 공부도 같이 한다. 학창 시절만큼 수양하기 좋은 기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디로 도망갈 수 없다. 자신과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환경 흐름의 방향을 읽고 내맡기는 훈련을 한다.


공부에 대한 주요 쟁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는 계기가 되었으다. 또한 학교 공부 때문에 덜 고생하고 공부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부에 대해 잘못 알고 있으면 길이 바뀌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 법관이 되고 싶은 마음을 포기했다. 누군가 법관이 되려면 헌법, 민법, 형법 책을 조사까지 통째로 외워야 한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그런 줄 알고 그 마음을 접었다.


공부에 대해 주장 요지는 힘 주기와 힘 빼기의 균형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하고 그 외의 기간에는 힘 빼고 습관이 들도록 반복하여 익힌다. 싫은 것을 거부감 적게 시작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연습이다. 힘만 꽉 주면 쥐가 난다.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불 타오르면 불안, 우울, 자괴감, 정신병이 생길 수 있다. 1등을 하겠다, 선생님, 부모나 다른 친구들에게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보이고 싶다 등의 의지를 꺾고 힘 빼며 친구와 잘 지내고 마음 편안히 학창 시절을 마치는 데 중점을 둔다. 저절로 공부를 잘하고 남들과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교육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 쓰지 않을 예정이다. 선배들이 할 일이고 학생들이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 공부하는 기간에도 인생에 꼭 필요한 능력인 관계 능력 향상과 마음공부에 시간을 내고 학과 공부와 병행하면서 인생을 편하고 신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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