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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y 06. 2024

11. 별첨 이야기(문방구 총각과 빵집 아가씨)

아파트 상가에 문방구 총각과 빵집 아가씨가 있다. 조만간 결혼을 한다고 한다. 빵집 아가씨가 아깝지 않냐고? 아줌마들이 수군거린다.


문방구 총각은 대학 졸업하고, 고시공부하다가 합격하지 못해 포기하고 상가 분양받아 문방구를 몇 년째 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이다.


빵집 아가씨는 대학 졸업하고, 유학을 갔다 와서 임대로 빵집을 차렸다. 그녀의 나이는 20대 후반이다.


문방구 총각은 먹고살만하고, 상대를 아끼고 이해하며 잘 들어주는 사람과 같다. 문방구 총각을 너무 과소 평가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빵집 아가씨가 크게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티커 살 때 문방구 총각을 보았는데 인상이 좋고, 서글서글하다. 아이들 이름, 성격,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 등 미리 파악하는 걸 보면 장사 수완이 좋다. 문방구를 일찍 차리고 자리를 잡아 매출액이 제법 고, 자영업이라 은퇴 걱정도 없다.


문방구 총각이 대기업에 취직한 동기들보다 현재 더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있나? 대기업 동기들 중에 5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과 저축한 돈으로 임대를 얻어 음식점, 편의점 등 자영업을 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 문방구 총각이 시를 떨어지고 자영업을 한다고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보다 못 나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래도 전문가보다는 이룬 게 별로 지 않냐고 한다면, 전문가 중에 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해서다. 전문가들은 경쟁이 심해 임대료 못 내는 사람도 있다. 공부하느라 시간과 돈 들여 어렵게 전문가가 되어 개업한다고 기계장치, 인테리어, 비품, 임차보증금 등에 돈을 많이 들인다. 저리로 차입금을 빌린. 이자율이 다. 이자비용을 내고, 인건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온통 사업정신을 쏟고 있어 개인 시간도 별로 없다. 걱정과 근심이 많다.


행복은 성적, 합격이나 돈에만 있지 않다. 성적이 좋지 않돈이 없다고 축 쳐져 살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 이유가 없다. 나도 남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성적이 좋든 안 좋든 돈이 있든 없든 자존감과 아무 상관없다.


50대가 넘어서면 행복을 가늠하는 자가 바뀐다. 학창 시절과 직장생활에서 성적과 돈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 나이가 들면 마음 건강, 몸 건강, 나ㆍ남ㆍ환경과의 관계의 영향이 더 크다. 성공가도를 달린 사람들 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창백하고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 많다. 똑똑한 사람도 지능이 떨어지고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자기만을 위해 산 사람은 주변에 친구가 없어 외롭다.


성적이 좋아도 좋고 안 좋아도 괜찮다. 돈이 많아도 좋고 적어도 괜찮다. 누군가는 성적은 좋고 돈이 많아야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한 사람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부자이면서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 부자이면서 불행한 사람도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행복한 사람도 있다. 성적이 좋든 안 좋든, 돈이 많든 적든 괜찮은 이유다. 성적이나 돈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스스로 할 때 행복이 깊이 찾아오며, 행복하게 사는 법은 성적이나 돈 등에 기대를 하지 않고,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한 걸음씩 길게 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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