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막시나 출간 후에 독립 서점 투어에 나선 나의 이야기를 보고 감명이라도 받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으이그 없어 보인다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한 지인이 날 보고 '대단하다'라고 말하기에 생각이 많아져서 글을 쓴다. 의도가 어떻든 나의 행동은 분명 상호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거절과 비호감의 리스크도 있다. 그러므로 먼저 말해두지만 특별히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감상은 자유이지만 나는 둘 사이의 어디쯤으로, 사실은 내가 하는 일에 별다른 감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나는 나를 내 책의 대리인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내 책이 얼마나 좋은지, 내자랑 하는 것 같은 부끄러움 없이 담담하게 설명할 수 있다. 나는 평상시는 착실한 내향인이지만 내가 쓴 작가 가면은 꽤 두꺼운 것이다.
나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나에게 대단하다 한 사람은 내가 셀프로 책 마케팅을 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마케팅이란 말은 좀... 부담스럽다.( 그럴 바엔 차라리 홍보가 낫다. 그게 그거인 거 같지만.) 이전에 온라인 사업을 해봤기 때문에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 '책'은 어떻게 어디로 팔려 나가는 것인지는 사실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오랜 독자이면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다.
출간을 앞두고 아는 인맥과 서칭력을 다 동원해서 정보를 모았었다. 브런치에서만도 출간에 대한 정보는 꽤 찾을 수 있었다. 책은 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팔리는가? 에 대한 다소 회의적인 이야기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건, 출간 조건으로 작가가 수백 권의 책을 사야 했다거나 부대비용을 내야 했다는 경험담들이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만 초보 작가들에게 종종 벌어지는 일임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계약금과 표준 계약서, 인세. 작은 출판사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심했고, 다음 단계로 나는 이런 상상을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언제나 늘 기회가 닿는 한 쉬지 않고 총천연색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상상력이 꽤나 뛰어난 편이다.
자, 일단 알라딘이나 예스 24에서 날아오는 문자에 내 책 이름이 팡팡 뜬다. 서점의 메인 화면에 우리의 광고가 오래오래 뜨고, 광화문 역 앞에, 전광판에, 버스에, 사방 천지에 우리 책 이름이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읽지는 않아도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하도록 말이다. 그래! 그것이 바로 마! 케! 팅!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 당신도 순진한 사람이다. 나처럼... 나는 이제 알았는데, 물론 그건 광고가 맞지만 더 정확한 이름은, 돈이라고 해야 한다.
지난주에는 목동 교보 문고에 들렀다. 매대에 수많은 책들이 곱게 누워있었다. 어느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휘황한 서울의 야경을 보면서 "집이 이렇게 많은데 내 집은 하나도 없다"! 고 절규하던데, 내 심정이 이와 같았다. 왜냐하면 책이 책꽂이에 서있지 않고 자리에 편하게 눕는 데에는 돈이 든다. 지점마다 다르겠지만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제일 좋은 자리는 보통 연단 위로 예약이 항상 되어있다고 한다. 물론 이름을 알 만한 대형 출판사들이겠다.
음. 일 년 치의 누울 자리가 제공되는 대형 출판사와 작가가 자신의 책을 엄청나게 사야 일단 출판이 가능한 요상한 출판사 사이. 그 간극은 마치 하늘과 땅처럼 넓어 보인다. 그리고 요즘엔 독립출판물도 상당히 존재감이 느껴진다. 이 보이진 않지만 느낌으로 소속된 거대한 무리 안 어디쯤에, 나와 내 책이 있다.
어쨌든 다양한 곳에서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책을 오지게도 안 읽는다 출판시장이 죽어간다 어쩐다 말이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겐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만들고 읽고 또 권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마케팅이 뭔지 먹는 건지는 몰라도 이왕 나온 이 이야기를 퍼뜨려보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여기까지 오는데 들어있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 시간에 대한 책임감이자 아기처럼 태어난 책에 대한 애틋함이다.
작가인 나는 다음 이야기를 쓰는 데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닿는 곳에 대한 호기심이 내 다리를 움직인다. 그래서 독립 서점을 다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계속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왜냐하면.... 책방을 다님으로써 만날 수 있는 대운은, 건우네 책방에서 이미 다 쓴 것 아닌가? 싶어서다. 농담이고, 계속 다닐 것이다. 아니 사실 농담은 아니다. 우연히 내린 정거장에, 나는 아직 집까지는 아니어도 텐트 하나를 쳤으니까 말이다. 여기는 어쩌면 긴 여정의 베이스캠프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