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과정 과정에서 만나는 나
1. 불확실한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한 일에는 ‘내’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성과와 결과만 있다. 불확실한 일에는 ‘내’가 있다. 불안하고 설레고 실망하고 다시 시도하고, 확신하고,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그 모든 과정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 그 과정에 만나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진정한 나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 위한 아침
2. 스러져가는 구멍가게를 그린다는 것은 애당초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미경 작가는 구멍가게를 그리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에 반응해서 붓을 들었고 스케치를 했다. 구멍가게를 그림으로 해서 얻게 될 무엇인가는 불확실했으며,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라져 가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 하나뿐 아니었을까 싶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 책을 통해서 정겹고도 고적한 옛 구멍가게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이 구멍가게를 보면 나에게도 떠오르는 풍경들은 많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오로지 그 그림만을 분석하고 음미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그 그림이 던져주는 자신 안에 있는 어떤 상(像)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그렇다.
구멍가게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따뜻하다. 그리고 쓸쓸하다. 구멍가게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애환들이 켜켜이 쌓였을까. 잠시 생각하는 일요일 한적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