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브룬, 벨베베레 궁전
부모님과 10일간 독일-오스트리아를 여행했는데, 내 기준에서 이번 여행에 가장 뜬금없이 들어갔던 나라중에 하나가 오스트리아였다. 오스트리아라는 볼게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알고보니 경기도 오산 ) 더군다나 아버님은 예전에 오스트리아를 한 번 가보셨었다. ( 그게 무려 30년전이다. )
지금의 나랑 나이가 거의 비슷한 30년전의 아버님은 K모 제약의 영업직으로 일을 하셨는데, 오스트리아 제약회사의 제품을 한국에서 많이 파셨다고 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회사에서 아버님과 아버님의 팀을 초청해서 그 쪽 회사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80년대에는 외국여행이 아주 드물었던 시기라 아버님에게도 특별했던 시기다.
첫 날 들렸던 곳은 쇤브룬 궁전. 일단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얼핏 듣기론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 자극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엄청난 스케일에 놀랐다.
오스트리아 궁전, 공원들이 가장 좋은것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 당연히 실내의 경우 유료)이다. 실내 구경은 사진도 못 찍게 되어 있어서 과감히 패스하고 밖을 구경했다. 가장 재미있던 광경중에 하나가 조깅하는 사람들이었다. 빈 시민들에게는 이곳이 공원인 것이다. 우리도 경복궁 앞이나 선정릉에서 조깅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정원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의 양 사이드에는 조각상들이 있다. 조각상들은 보통 자신만의 아이템을 갖고 있는데 어떤 아이템을 갖고 있는지를 보면 구분이 가능하다. 헤라클레스는 사자 껍질을 갖고 있고, 포세이돈인가 넵튠은 삼지창을 갖고 있고 뭐 그런식이다. 로마-그리스 신화에 대한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요즘 시대의 어벤져스가 그당시의 로마-그리스 신화일 것이다. 요즘처럼 디즈니가 저작권을 요구하지도 않을테니 조각을 만들기는 참 쉬웠을 것이다.
정원은 이렇게 아주 오와 열을 맞춰 있었다. 마치 머리를 바짝 자른 군기가 잔뜩 들어간 군인이 연상됐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정원이 아무리 화려해도 우리 오스트리아에게 따라올 수 없을걸? 이라고 외치는 듯 하다.
한참을 정원을 걸어가다보니 분수가 보였다. 그런데, 동절기라 대부분의 분수는 가동하지 않았다. ( 여러분 이러니 동절기때는 여행을 가시면 안됩니다.) 중앙에 삼지창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아마 포세이돈일 것이다.
분수도 넘어서 더 올라가면 건물이 하나 더 있다.
구경갔을때가 저녁즈음이라 저녁에 조명이 들어오니 뒷궁전은 더욱 멋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정원에서 다시 궁전으로 가보니 이렇게 변해있었다. 짱멋짐-_-b
이렇게 엄청난 크기의 궁전을 보니 오스트리아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부끄럽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오스트리아가 사실 폴란드같이 동유럽에 있는 못 사는 나라중에 하나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20세기 초에 가장 잘 나갔던 제국중에 하나였다. 신성로마제국의 수도가 비엔나였는지도 몰랐다.;;;
1914년당시 지도만 봐도 중앙에 있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스케일이 얼핏 예상이 된다.
경제 좋아하는 나답게(?) 각 나라의 국력은 수치화 될 필요가 있고, GDP 만한게 없다. 1890년대 GDP 순위를 보자.
아무래도 요즘 주식을 많이 하다보니 주식시장의 관점에서도 오스트리아를 보게 되는데, 1900년부터 오스트리아의 주식시장은 투자자에게 재앙과도 같았던 곳이다.
위 그래프는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 주식시장 수익률인데 오스트리아의 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0.8%다.... 한마디로 주식시장 투자자 들에게 쓰레기 같았던 그런 나라다.
그래서 또 생각해보면 아주 못 사는 나라일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1인당 GDP PPP 가 $51936 이나 된다. ( 참고로 한국 1인당 GDP PPP $41416이다.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고, 절대 옆나라 독일에게 꿀리지 않는다. 다만, 인구는 800만 밖에 안된다. 아주 작은 나라다. 신성로마제국시절이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때 다른 나라를 잘 꿀꺽(?)했으면 인구가 많았을텐데 뜻데로 잘 안 된듯 하다. 아무래도 1차 세계대전의 최대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나라다. 사라예보 사건때 좀 참았으면 어떨까하는 몽상도 해본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은 어머님이 해주신 아침밥으로 시작. 부모님은 아예 밥통을 들고오셨다 ㄷㄷㄷ.. 어차피 현지음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도 덕분에 편하게 여행했다.
다음날은 벨데베레 궁전을 갔다. 벨데베레 궁전은 클림트의 작품이 전시된 곳으로 유명하다.
다음날은 구름이 적었다. 벨데베레 궁전도 유명관광지라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릴것 같아서 개장시간에 맞춰서 갔다.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를 구경할때는 개장시간에 맞춰서 가는게 좋다. 사람들이 몰리는 건 가이드투어인데 가이드투어들이 대부분 아주 이른 시각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곳에 매표소가 있었다. 어차피 클림트 그림만 보자는 마음으로 온거라 상부표만 샀다. ( 이것도 미리 예매하면 안 사고 들어가도 된다. 다만, 이른 시각에 도착한 덕에 거의 줄 없이 살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복도에 보이는 천장 벽화부터 심상치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클림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바로 가면 사람이 적을테니까. 일단 보스부터 처리하고 다른 그림들을 구경하자 생각했다.
유럽은 0층이 한국의 1층인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이게 맞다. 특히 전산과 출신인 나에겐 0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욱 편-----안 했다.
드디어 클림트의 키스에 도착. 뭔가 설명은 있었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그냥 퀘스트 클리어하는 느낌. 사실 개인적으로는 르누아르나 모네 이런 화가들 그림을 더 좋아해서 ㅋㅋㅋ. 다만 유명하다니까 사람도 몰린다니까 와서 봤다.
잠깐 멍때리다보면 이렇게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이 오신다.
살짝 귀동냥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려 했으나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예전처럼 육성으로 하지 않고, 가이드는 속삭이기만 하고 내용을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게 되어있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이자 가장 인기 많은 황후인 엘리자베스 황후(aka 씨씨)!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인기가 아주 많다. 이 사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야사도 있고, 심지어 뮤지컬 작품도 있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고, 코르셋을 입고 살았다고 한다.
다음으로 보고 싶었던 작품인 ( 아니 개인적으로는 클림트 작품보다 더 좋아하는 )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의 폭풍간지가 넘치는 작품으로 나폴레옹이 이 작품을 좋아해서 다비드는 이 작품을 5개나 그렸다고 한다. 필자가 초등학생때 동아전과였나 표준전과였나 표지가 딱 저 그림이었는데..ㅎㅎㅎ 알프스를 향해 진격하는 나폴레옹처럼 대입을 향해 진격하는 초등학생에게 그 보다 어울리는 표지가 있을까? 저 작품은 대표적인 현실미화로도 유명하다. 나폴레옹이 타던 말은 노새라서 저렇게 크지도 않았고, 백마도 아니었다고 한다. 뭐 그림이 다 그렇지. 이정도 미화는 애교로 넘어가주자.
벨데베레 상궁을 나오면 위와 같은 정원이 펼쳐진다. 규모는 쇤브룬 궁전보단 작지만 아기자기 하다.
다음 행선지는 국립묘지. 오잉 왜 국립묘지를 시간내서 가느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유가 간단한데, 비엔나에 네임드 뮤지션들의 묘지가 모여있기 때문이다.
국립묘지가 생각보다 커서 이 큰 묘지에서 어떻게 그들을 찾을까 싶은데, 사람들 많은 쪽으로 가면 된다. 정문으로 들어가서 직진만 해도 나온다.
뮤지션들의 묘비가 있는데 재미있는게 자리 배치가 인지도 순으로 되어 있다. 당연히 킹 오브 킹 클래식의 왕 모짜르트가 센터를 차지 하고 있다. 그를 보좌하는 것은 베토벤과 슈베르트.
모짜르트의 묘비는 생각보다 멋지진 않았다. 너무 기대가 컸나? 국립묘지에 워낙 멋진 묘비들이 많아서 기대감이 컸나보다.
인생은 짧지만 음악은 영원하다.
시내 곳곳에 베토벤 혹은 모짜르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아래는 베토벤이 2년간 지냈던 집인데, 집주인이 광고(?)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