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음악을 바꾸었어,
에릭 사티 짐노페디 1번.
너의 단어와 문장을 들여다보면 언제고 생각들이 늘어선다.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 건 나였지.
씨엘 베이커리라고, 이 동네에 와서 발견한 작은 빵집인데 맛이 꽤 괜찮은 곳이야.
거기에서 산, 이름은 모르는, 생김새는 동그란 빵 네 개를 꽃잎처럼 붙여놓은, 맛은 크로켓 같은 빵을 맛보았어. 한 입을 물자마자, 효자 베이커리가 떠올랐어. 생김새와 맛 모두 상당히 비슷했어. 어쩌면 말이야. 내가 인지하지 못한 채,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샀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이 순간 생각해 보았어.
2011년 2월부터 2020년 1월, 효자동 거기에 내가 있었네.
자세히 따지면 두 번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2년 6개월은 제해야 하지.
어찌하든 내게는 긴 시간이었어.
공포의 공간으로부터 탈출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하게 뛰쳐나왔던 마지막 퇴근길이 기억난다. 그때 알고 있었어. 얼마간은 효자동을 떠올리지 않으려 무척 애쓸 것임을 알았지. 그 얼마간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할지는 몰랐지만.
1년 3개월이 지난 오늘, 효자동을 생각한다.
너하고 자주 갔었던, 할아버지 칼국수 맛이 그리워졌어. 보리차와 따뜻한 달걀로 시작하여 진한 국물을 마시며 신김치를 곁들여 먹었지. 이제는, 너하고는 그 동네를 가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네게 메시지를 전하였지.
너는 요리와 맛의 세계, 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하였어.
가까운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어려움도 깨닫게 되었다 했지.
그리하여 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했어.
잘 정돈된 너의 문장들을 보고서는 끄덕였어. 예민한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이구나, 했지.
느낌표와 물음표를 몇 번이고 오가겠지. 답을 얻을 때까지 너는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할 거야. 그러고는 아주 굵직한 느낌표로 마무리되는 통찰을 얻게 될 테지. 그날이 되면 너는 내게 귀한 깨달음을 나누어 줄 거고 나는 또 배워갈 수 있겠지.
남편이 며칠 전에 톡을 보냈어.
문학 공모전 관련된 것이었어.
이 사람 외벌이가 힘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어. 내가 가장의 무게를 덜어주어야 하는데 나의 밥벌이는 답이 보이지 않네, 싶었어.
물론 그것과 상관없이 언젠가 '한 번'은 소설을 쓰고 싶다, 써 보아야겠다, 생각은 했었지. 그러나 늘 '무엇'을 써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 며칠 고민하면서 대략 이야깃거리는 정했어.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정리가 안 돼. 그래서 아직 시작을 못 하고 있어. 남편이 말한 공모전의 기한은 맞추지 못할 것 같지만 나의 목표는 어찌하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 보는 거야. 나에게도 해결해야 할 물음표가 가득하네. 시작하게 되면 너에게 나눌게.
우리의 고민과 물음표가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또한 건강하고 평안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아, 이야기의 제목은 정했어.
문장부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