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국희 감독,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1년 전 오늘, IMF와의 협상이 최종적으로 발표되었다.
국가부도의 날, 아니 (특정 개층과 부류에 의해) 국가가 부도를 당한 날. 영화는 당시에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다루고 있다.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가상의 인물과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 영화라는 것과 사실을 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인해 상영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세세한 부분에서 고증 오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전반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다.
주로 3명의 인물을 교차편집으로 오가면서 1997년 외환 위기 시간대를 따라간다. 3명의 인물은 종반까지 서로 연관성이 없이 개별 장면으로 다루고 있는데도 전환이 매끄럽다. 관객들은 두 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관람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탄식이나 누군가를 지탄하는 혼잣말이 들려왔다. 시쳇말로 관크(관객 크리: 관객의 매너 없는 행동)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따로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서 이 정도 감정 표현은 슬픈 장면에서 훌쩍거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다소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가 식상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일정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영화는 항상 비유적으로, 세련된 화법으로 메시지를 던져야만 할까. 안 그래도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인 데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영화도 아니다. IMF 외환위기 사태가 어렵거나 낯선 관객에게는 쉽고 직설적인 표현도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가계부채가 1500조 원이라는 지금 시점에서 이 정도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다. 다소 투박했지만 꼭 필요한 메시지인 것 같다. 하다못해 영화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와 경제주권이 튼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