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4/16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전형적으로 착하고 밝은 일본 드라마 영화. 우리나라는 장르적 특성이 강하고 자극적인 매운 맛 영화가 대세를 이루는 반면, 일본은 순한 맛 영화가 흐름인 것 같다. 아리카와 히로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각색했다.
집사 사토루(후쿠시 소타)와 나나(나나, 목소리:타카하타 미츠키)의 로드 무비. 사토루가 하치와 나나에게 좋은 반려인이었다면, 노리코(다케우치 유코)는 사토루에게 든든한 후견인이다. 어릴 때 혼자가 되는 사토루는 길고양이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나와 사토루'는 나나를 잠시 맡아줄 친구를 찾기 위해 일본 전역을 여행한다. 사실상 고양이 나나와 일본의 풍광이 주연이고 배우가 조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여기서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서) 스크린으로도 느낄 수 있는 일본의 깨끗한 대기질은 부러웠다. 일본의 각 지역에서 사토루는 여러 친구들을 만나며 삶을 돌아본다.
영화를 고를 때 감독, 각본, 배우가 누구인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때로는 음악감독이나 촬영감독을 따라서 보기도 한다. 시놉시스를 읽어보는 것은 그다음이다. 아무리 재밌어 보이는 이야기라도 제작에 참여한 사람이 어떤가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 후에 고려하는 것은 제작사/배급사/수입사(두 가지 이상을 겸하는 회사가 많다)가 어디인가도 한번 본다. 제작사/배급사/수입사는 고유의 일관성을 가지고 작품을 고르기 때문이다. 특정 제작사나 배급사의 작품이 연달아 마음에 들었다면 그들이 다음에 관여하는 작품도 괜찮을 확률이 높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보기로 결정할 때, 다른 이유보다도 수입사가 '찬란'이기에 궁금했다. '찬란'이 그동안 우리나라에 소개한 다양성 영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테이크 쉘터>, <퍼스널 쇼퍼>, <유전>, <콜드 워>는 그 해에 본 가장 인상적인 영화 목록에 들어간다. 그리고 배우 소지섭은 1인 기획사 51K를 세워 공동제공으로 자주 함께 한다. 해외에서는 배우들이 감독/각본/제작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게 낯 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감독/각본을 함께 하는 배우는 있지만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배우는 드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들이 함께 많은 다양성 영화를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집사, 애묘인이라면 이 여행에 함께 하는 것도 괜찮겠다. 아니나 다를까. 소지섭도 애묘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