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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yourverse Jun 14. 2019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이웃집 토토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보고

먼저 말하자면, 내가 <이웃집 토토로>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고 1학년 때였다. 지금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그때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건 조금 특별한 일이었다. 지금보다 덜 대중적이었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방학 전인지, 시험이 끝나고 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함께 수업시간을 대신해서 본 것이다. 그렇게 흔치 않은 기회로 접한 기회였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중에 꼽자면,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에 더 끌린다.

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서 이번 달에 재개봉하는 <이웃집 토토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봤다. 극장에 가는 길에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이거 옛날에 어릴 때도 별로여서 이번에도 그럴 거 같아." 다시 봐도 토토로는 썩 내 취향의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셀 애니메이션이 주는 원화의 따스함을 느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보이는, CG가 만들어낸 사진 같은 세밀 묘사와 HDR 같은 화려한 색감과 다른 매력이었다. 그 외에는 사츠키와 메이가 마냥 까르르 웃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어른들은 고양이 버스가 눈 앞으로 지나가도 자각을 못한다. 어쩌면 나도 그런 어른들처럼 순수함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작품에서 항상 자연과 공존하는 것을 이야기해왔다. 물론 오늘날에도 어떤 이는 시골로 귀농을 하고, 어떤 이는 주말마다 캠핑을 하고, 어떤 이는 도심의 아파트보다 교외의 여유로운 단독 주택을 선호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메가시티의 빌딩 숲에서 디지털로 구연된 모니터 너머의 자연으로 힐링 캠프를 떠난다. 유튜브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 될 수도 있다. 닌텐도는 며칠 전 E3에서 <동물의 숲> 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했다. <동물의 숲>은 발표하는 시리즈마다 히트했고 속칭 힐링 게임이라고 불린다. 사람들은 게임 속에 구현된 자연에 열광했다. 현대인에게 자연이란 어떤 의미일까. 저마다의 이웃집에 토토로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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