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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Jan 19. 2019

H-ZeroWorld #M-07

H - hunamism or hope,  ZeroWorld - 부재 상태

[ 좀비 떼 인근 루터의 차량 ]

루터는 차량의 뒷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온갖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루터는 칸트를 보며 말했다.
루터 - 자네의 낡은 총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말이야.

루터 - 필요한 것들은 모두 고르도록 해.
루터 - 단검부터 좀비 덫, 그리고 로켓 런처까지 필요한 것들은 모두 있지. 
칸트 - 난 아직 일을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어.


마크가 차량 안에서 소리쳤다.
마크 - 또 세손가락단에서 신호가 왔어요~!

루터 - 뭐 일단은 장부에 달아놓지.
루터는 그 말을 남기고, 차량 안으로 들어갔다.



루터가 모습을 감추자 칸트는 저격총 하나를 들어 장전했다.
- 철컥 -
그리고 선 자세에서 먼 곳을 겨냥했다.

스코프 안에 들어온 대상은 레드티. 
레드티는 여전히 좀비들 틈에 섞여 걷고 있었다.
칸트는 레드티의 목 부분을 겨냥했다.
칸트는 숨을 몇 번인가 고르며 목표물을 표적 안에 담았다.
그때 루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터 - 12MM탄으로도 소용없어.
칸트는 스코프 안을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칸트 - 그냥 예전의 느낌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루터 - 어때, 예전의 그 맛이 느껴져?

칸트 - 아무 느낌도 없어.

칸트는 겨누던 총을 내린 후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몇 가지 무기를 챙겨 가방 안에 쑤셔 넣었다.
칸트 - 장부에 달아둬.
루터는 입고리 한쪽을 끌어올린 채 칸트에게 캡슐 하나를 건넸다.
루터 - 억제제 맞은 지 얼마나 됐지?
칸트는 캡슐을 받지 않고, 루터에게 시선을 옮겼다.
루터 - VIP용 억제제. 유효기간 180일. 
루터는 칸트의 주머니에 캡슐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루터 - 이건 그냥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야.
루터는 이내 차량에 올라탔다.
칸트는 잠시 멈칫했지만 루터를 따라 차량에 올라탔다.
칸트 - 이제 어디로 가지?
루터는 선글라스를 쓰며 칸트에게 말했다.
루터 - 세손가락단 야영지로. 제드가 허튼짓을 하기 전에 그를 막아야 해.
루터의 차량은 석양을 뒤로하고, 세손가락단의 야영지로 향했다.  



[ 세손가락단의 야영지 ]

가죽에 덮인 시신들이 구덩이 안에서 불타고 있었다.
불길을 앞에 두고 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몇몇의 남자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어둠과 불빛이 일렁이는 얼굴들에는 분노와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 세손가락의 대장 제드가 뜨거운 불꽃에 다가선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옆에 있던 부관 베르거가 부하의 말을 전해 듣고는 제드 옆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베르거 - 감독관 루터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곧 이곳에  도착한답니다.

대장 제드는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옆에 서있던 아들 에이든에게 말했다.
제드 - 가족의 죽음은 나의 일부가 죽은 것과 같다. 그의 죽음을 뼈에 새기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에이든 - 예 아버지.... 
제드는 부관 베르거에게 지시했다.
제드 - 타이탄을 준비시켜. 
제드는 세손가락(세개의 칼날)을 높이 들어 올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제드 - 기름을 더 부어~! 오늘 밤 썩은 고기들을 전부 쓸어버린다!!



거대한 무장차량인 타이탄을 비롯해 수십대의 차량이 굉음을 내며 야영지를 나서려 하고 있었다.
그때 루터의 까만색 밴이 제드의 차량 앞을 막아섰다.
제드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고, 루터도 밴에서 내려 제드에게 다가갔다. 
루터에게 다가간 제드는 세 개의 칼날을 루터의 목에 겨눴다.
루터는 제드의 칼날 앞에 멈춰 섰다. 
제드가 소리쳤다.
제드 - 대체 어디 있었어?!
루터의 선글라스에 제드의 칼날이 번뜩였다.
루터 - 그것을 설명드리기 위해 직접 왔습니다.
제드 - 내 동생이 죽는 동안 어디 있었냐고!!

차량 안에서 마크와 칸트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앨리스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예민해져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마크가 말했다.
마크 - 이거 심각한 상황인가요?
칸트 - 너 곧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마크 - 그럼 집에 돌아갈 수 있겠네요.



차가운 칼날이 목에 닿았지만 루터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루터 -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가 당한 후였습니다. 
제드 - 내 동생과 부하 아홉이 당했어. 이제 그 좀비들은 내가 처리하겠다.
루터 - 허락할 수 없습니다.
제드 - 뭐?!.... 
루터 - 센터는 개별 행동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제드는 분노와 황당함에 루터를 쏘아보며 말했다.
제드 - 내가 지금 너한테 허락을 구하고 있는 것 같아?

루터는 목에 걸린 칼날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밀어내고는 제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루터 - 센터는 이 작전에 매우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루터 - 그런데 '일개' 클랜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겠죠.
제드 - 네놈들.... 성벽 안에 숨어서 약이나 파는 것들이....
루터 - 그 약 덕분에 당신이 살아있는 겁니다. 인간인 채로.

제드의 칼날을 밀어냈던 루터의 가죽 장갑 사이로 핏방울이 새어 나왔다. 

제드는 분노를 토해내며 말했다.
제드 - 언젠가 니놈 목에 구멍 3개를 내줄 테니 그때까지 계속 웃어보라고.
루터는 제드의 말에 씨익 웃어 보였다. 

부관 베르거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제드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베르거 - 밤이 깊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다시 논의하시지요. 
제드는 대꾸 없이 계속해서 루터를 쏘아봤다.
루터는 제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한 발 물러나 모두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루터 - 센터를 대표해서 감독관인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레드티와 그 무리에 대한 사냥 권한은 오직, 세손가락단에게만 있을 것입니다.
루터 - 그러니 온전히 오늘 밤은 먼저 떠나간 동료들을 기리고, 그의 가족들을 위로하십시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 침묵이 흘렀다.

루터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제드의 성난 눈빛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덩치 큰 헌터 하나가 루터에게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격대 지휘관 칼 - 어디까지 날뛰나 지켜보지.
칼은 노기 가득한 제드를 돌려세우고는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베르거도 그 뒤를 따랐다. 



루터는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닦아내며, 헌터들이 흩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때 호리호리한 청년이 루터에게 다가왔다.
에이든 - 아버지가 숙부님의 일로 상심이 크십니다. 이해해 주세요.
루터는 에이든을 천천히 살피며 친절하게 말했다.
루터 - 나라도 그랬을 겁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은 견디기 어렵죠.
루터 - 아, 친구 하나를 소개하죠.

때마침 칸트와 마크가 차량 밖으로 나왔다.
루터 - 여기는 칸트.
에이든은 칸트를 바라봤다.
에이든 - 칸트..... 
에이든 - 그럼 혹시....?

루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의 경외의 눈빛으로 칸트를 바라봤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크가 에이든의 반응을 보며 물었다.
마크 - 아저씨 유명한 사람이에요?

에이든 - 좀비 도살자..... 칸트.
칸트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앨리스를 조심스럽게 차량 밖으로 끄집어냈다.

루터 - 지금은 훌륭한 보모가 되었죠.

에이든은 옛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칸트 모습에 당황한 듯 한동안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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