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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종 Oct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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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아마존과 영수증

하프커피 IR 마무리하고, 5월 말쯤 커스텀잇이라는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커스텀잇은 프리미엄 원물을 기반으로 한 어떤 F&B 브랜드이다. 여기서 프리미엄 원물이라 하는 것은 한우고, (회사는 한우를 직접 연구하고 육가공 공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라는 것은… 새로운 BM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에서의 어떤 서비스다. 

하프커피 버터크림라떼 최고.


회사가 한우 연구-소싱-가공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한우’를 키워드로 한 어떤 것과, 이미 내가 회사에 합류하던 시점에 스테이크하우스 레스토랑과 정육점과 반찬가게가 결합된 그로서리를  압구정 가로수길에 론칭했기에, 이것들을 기반으로 BM을 잡아가야 했다. 가장 먼저 ‘한우’와 관련된 BM을 이것저것 서칭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설로인/정육각/앵거스박 등 육류 스타트업, 쿠팡/컬리/오아이스 등 기존 대형 유통채널, 오늘회/랭킹닭컴/나물투데이 등 버티컬 서비스까지.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한우에 관심이 생겼다. 돈도 생겼어야.

시장조사를 토대로 PR 자료를 써봤다. (아마존 PR 방법을 차용) 꽤 구체적으로 작성을 해보니 그럴듯한 몇 가지의 서비스가 나왔다. 그럴듯하다 그럴듯해. 하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이 사업의 초기부터 발을 담갔던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제각각이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오랜 시간 IR 업무를 하고, 스타트업신에 있었다 보니 이런 논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최근 하나둘씩 망해가는 서비스를 보며 서서히 확신까지) 이러다가는 나도 그 소용돌이에 곧 휘말릴 것 같았다.


BM, 사업성, 시장환경 등등. 머리를 다 비웠다. 그리고 가장 객관적으로, 고객의 수요가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봤다. 두세 번 반복해서 읽었던 Working Backwards라는 아마존의 방법론.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 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제각각의 상상의 ‘컨셉’으로부터 시작한 이 사업이, 실제로는 고객들에게 어떤 효용을 주고 있는지.
 

전 회사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하도 말이 많아서 못한 것, 그냥 나 혼자 진행. 


구매내역을 봤다. 포스에서 제공하는 가공된 자료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어서 그냥 쌩 영수증을 봤다. 약 한 달 치. 잘 팔리는 상품, 자주 오시는 단골고객, 정육과 반찬의 구매 조합, 사용하는 신용카드 종류, 구매빈도가 눈에 들어온다. 매장에 앉아서 가만히 고객들이 입장하고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는 것을 지켜봤다. 뭔가가 보이는 것 같다. 

무식해서 힘들었다.


(짧게 짧게 자주 써야지.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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