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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Apr 14. 2023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은?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히틀러는 증오해도 되는 거죠?"
"아니, 그렇지 않아. 어느 누구도 증오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나의 사랑스러운 남매는 어제도 싸우고, 오늘도 싸운다. 정말 징하게 싸운다. 8살과 5살의 싸움을 지켜보자니 얘네 둘 다 정말 보통이 아니다. 5살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대체로 말이 통하질 않는다. 우기거나 울어버리면 그만이다. 이렇게 저렇게 설득해 보고 설명하려고 노력하던 8살은 그런 5살의 태도에 약이 바짝바짝 오른다. 그러다 결국 그분에 못 이겨 "** 미워!!!" 하고 울어버린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거나 둘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가도, 이 부분에서 항상 못 참고 큰 아이를 부른다.


"그 말은 나쁜 거야. 화가 나도 밉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어. 미운게 아니라 네가 화가 난 거야. **이는 몰라서 그런 거잖아."


내 말이 통할 리가 없다. 나조차도 8살짜리 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정말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면,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데 그래서 내가 이 부분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


5살의 악의 없는 무지함에 분노한 8살. 그 미움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인가.


큰 아이를 앉혀 놓고, 마음속 악마와 천사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너의 천사와 악마 중 누구를 응원하고 싶어?

너의 마음을 차지하려고 천사와 악마가 싸우면 누가 이겼으면 좋겠어?

너의 이런 행동은 결국 악마가 이기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이 누구일까?

자기 자신일까? 밉다고 한 동생일까?


아이가 이해하도록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꽤 길어졌다. 그런데 아이가 끝내 이런 말을 했다. 억울함, 분노, 서러움이 뒤섞인 말투였다.


"아!! 약 올라!! 더 화가 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대상이 여전히 동생인 줄 알고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려고 했다.


"아니!! 내 마음속에 악마한테 화가 나!! 나는 악마를 응원하지 않는데 왜 자꾸 그런 마음이 드는 거야 엄마. 엉엉엉"


아이는 아까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너무 괴로워했다. 엄마가 할 수 있으면 자기 좀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내가 이아이한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불확실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큰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실컷 울게 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OO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그 약 오르고 분한 마음이 뭔지 알아. 엄마도 그래. 아직도 그래. 사람은 누구나 다 그래."


엄마도 그렇다는 말에  아이는 잠깐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그래도 OO아, 지금 봐라. 네가 처음에는 동생이 밉다고 울었는데, 지금은 동생을 미워하는 악마의 마음을 밉다고 울고 있잖아. 그건 천사가 이기고 있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미워하는 그 마음을 미워하고, 동생을 미워하지 마."


너무 많이 울어서 지친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안해진 듯했다.


큰 아이는 그날 바로 딥슬립 했다. 같이 읽기로 한 동화책은 못 읽었다. 나는 잠든 아이를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잠을 자길 기도했다.


내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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