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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Apr 18. 2023

죄값을 치른다는 의미는?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메이콤에서 자기 말과 메이엘라의 말을 마음속으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거야. 자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했지만, 고통을 치르고 얻은 대가라는 것이 고작...... 그래, 좋아, 이 깜둥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지, 하지만 넌 다시 쓰레기장으로 돌아가, 바로 이런 식이었거든. 그러니 이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날씨가 바뀌면 그 사람의 마음도 가라앉겠지.



우리 인간들은 법을 만들고 검사와 변호사, 판사를 만들고 우리끼리 우리의 죄를 판단하고 처벌한다. 누가 누구를 처벌하고 누가 누구의 죄를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부분을 읽고 '고것 참 샘통이다!'라고 생각했다. 밥 유얼이 진짜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문장, "날씨가 바뀌면 그 사람의 마음도 가라앉겠지."라는 말에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또 급 작아졌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밥 유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있다. 그 사람의 마음도 곧 가라앉을 거라는 바람에는 사랑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죄와 함께 그 사람을 미워한다. 죄와 사람을 동일시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똑같이 응징하거나 앙갚음을 하려고 한다. 그게 마음대로 안되면 그 순간부터 분노에 사로잡혀 지옥 같은 날을 살아간다. 죄를 미워하지 않고 사람을 미워한 죗값이 더 무섭다.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철저하게 응징하는 내용의 <세븐데이즈>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명백한 살인범이 사형을 선고받는다. 당연한 결과였고 살인범조차 그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엄마(김미숙)는 오히려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딸을 죽인 이 완벽한 살인범은 사형도 아깝다는 것이다. 결국 유능한 변호사(김윤진)를 협박하고 이용해 살인범을 석방시킨다. 그리고 딸을 죽인 원수를 불에 타 죽게 만든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 방법이 화형이라는 걸 나는 이때 알았다.


이 오래된 영화를 이제 와서 다시 떠올리며 드는 생각은, 김미숙은 과연 속이 시원했을까?라는 것이다. 딸을 죽인 살인범을 불에 타 죽게 만들고, 그의 손에 죽은 사랑하는 딸도 잘 보내주고 남은 생을 홀가분하게 살아갔을까?


세이노의 가르침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포기했다. 나쁜 놈들을 상대로 싸우려면 언제나 진이 빠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나쁜 놈이라는 게, 내 자식을 죽인 살인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사건과 사람을 떼놓고 생각해야 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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