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메이징 그레이스 Apr 15. 2023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 있나요?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어릴 때 나는 엄마하고도 이야기하기 어렵고 동생하고도 이야기하기 어렵고 그런데 누군가와는 이야기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이모를 찾아갔었다. 그때는 그런 나의 행동을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성인이 되어 생각해 보니 이모는 나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들어준 사람이었다. 나 스스로 내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겠을 때에도 이모를 찾아갔다. 우리 이모는 늘 뜻밖의 반응을 보이거나 나의 이야기에 엄청 큰 액션을 보여줬었기 때문에 이야기할 맛이 났다. 이모는 바쁜 와중에도 늘 내 이야기 들어주는 것에 진심이었다. 이모의 살아있는 표정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몇 개가 떠오르는데 단 한 번도 가짜처럼 느껴진 적이 없었다.


중학교 때의 일로 기억한다. 새로이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를 꽤 좋아했었다. 그 애와 많이 친해졌다고 느낄 때 즘 그 애의 행동이 걸리는 게 있었다. 하굣길에 그 친구와 슈퍼마켓을 들러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사서 나오는데 그 친구 손에는 계산하지 않은 몇 개가 더 들려 있었다. 너무 놀랐지만 '이 장난 정말 재미있지 않니?'라는 듯한 표정의 친구를 보니 더 할 말을 잃고 기막혀하며 그냥 웃고 말았었다. 그 애의 도둑질에 내가 동조한 것 같아 마음이 찝찝했다. 그날도 나는 학교 끝나고 이모한테로 갔다.


그리고 그날의 찝찝한 마음을 이모한테 털어놨다.


"그냥 내버려 둬. 그러다 말 거야. 이모도 어릴 때 다 해 봤어."


도둑질을 하고 장난스레 웃던 그 친구 표정보다 이모가 더 어이가 없었다. 자기도 다 해봤다니,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왜? 너도 같이 해보게?"


아무리 이모가 나에겐 갈대숲 같은 사람이긴 해도 엄마 귀에 들어갈 수 있는 얘기들은 가렸던 것 같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친구가 또 뭐 훔쳐도 넌 계속 가만히 있어. 그러다 보면 안 할 거야."


이모의 말이 맞았다. 그 친구는 나에게 뭔가 과시하듯 보여주고 싶었던 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계속해서 동조하지 않자 그 친구는 그 일에 흥미를 잃었는지 언젠가부터 하지 않았다. 아니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모가 얼마 후 나에게 그 친구가 아직도 도둑질을 하는지 물었다. 이모 말이 맞았다며 이젠 안 한다고 알려줬다.


"도대체 그런 행동을 왜 할까? 평소엔 되게 착한 애거든."

"세상에 안착한 애가 어딨니? 다 착하지. 너 친구들 하나씩 다 생각해 봐. 또 다 착하다고 할걸? 다 착해. 그냥 나랑 좀 안 맞는 게 있는 거뿐이야.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완전히 이해 못 할 것도 없어."


마지막에 아빠가 스카우트에게 한 말이 우리 이모랑 한 말이랑 맥락이 좀 다르긴 하지만 어쩐지 결국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