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의인사 Feb 26. 2024

우주최강 저질체력 엄마의 서울 여행기 1

광화문&경복궁 그리고 명동성당

"우리 이번 겨울방학에 애들하고 어디 놀러 가자."

"이번엔 서울 어떻노"


우리 부부는 구수한 부산사투리로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들과의 여행을 어디로 갈지 얘기를 나눴다.


추운 겨울이라 따듯한 남쪽 어느 나라를 찾을 만도 한데 나는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 차로 떠나는 국내 여행을 간다.

우주 최강 저질체력 주제에 걸으며 세상을 눈에 담는 여행을 좋아하니  아이러니하다.


이번엔 서울로 정했다. 남편이 운전하는 여행대신 기차로 온 가족이 서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코레일 사이트에서 부산에서 서울로 갈 때는 4인 동반석 예매를 하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올 때는 다자녀 할인을 받아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숙소도 광화문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로 평일 2박이라  비교적 저렴하게 예약을 했다.


나와 남편은 며칠 동안 서울의 맛집, 가볼 만한 곳, 특이 사항 등을 검색하며 서울 여행을 준비했다.

여행은 준비하는 동안 사람을 참 설레게 한다.

그곳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낼지..

이번 서울 여행 역시 가족과 함께 그것도 기차로 떠나는 첫 여행이기에 더욱 설레었다.


D-Day가 되어 우리 가족은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오랜만에 타는 KTX.

4명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2시간 30분 동안 잠도 잤다가

작은 목소리로 수다도 잠시 떨었다가 흐려지는 하늘도 봤다가 알찬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서울역에 도착했다.

원래 나의 계획은 서울역 앞에서 기념으로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었으나 현실은 캐리어를 끌고 바쁘게 우리의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러 움직였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떨린다. 새로운 노선의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 할 때는

늘 긴장을 하는 편인데 서울이라 더 긴장을 했다.

그래도 든든한 남편이 있지 않은가. 그는 나의 슈퍼맨♡

우리 숙소가 있는 지하철은 한 정거장만 타면 되기에 금방 지하철을 타고 내렸다.


체크인은 오후 3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얼른 식당을 찾았다.

뭘 먹어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결국 우리의 선택은 우동과 돈까스집. 다행히 우리 가족의 입맛엔 맞아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든든하게 배도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움직여볼까.

우주 최강 저질 체력 엄마는 설렌다.

여행을 할 땐 우리 집에서 내가 최강 체력이다.

떠나자. 광화문으로!!


늘 TV 뉴스에서 봤던 광화문 광장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세종대왕상을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니!!


"와, TV 뉴스에서 맨날 나오는 곳 아이가!!!"

"맞다, 맞다!!"

웅장한 광화문 광장과 존재만으로도 한국인들에게

든든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그곳에서 아이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두 위인의 위대한

업적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정도전이 신하를 위한 조선을 꿈꿨기에 육조 거리도

크게 만들었다는데 육조가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해 보았다.


저 멀리 광화문과 해치 그리고 월대가 보인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고궁 투어인데 그 첫 페이지를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으로 시작하다니.

파워 J답게 수문장 교대식에 맞게 도착했으니 봐야겠지?

문헌에 남겨진 그때의 모습 그대로 재연하는 교대식.

임금이 계신 궁궐과 수도 한양을 지킨다는 수문장의 늠름함과 수문장의 교대식을 알리는 북소리와 취타대 등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특히 수문장 교대식에서 의복은 어찌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색상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멋스러운 색상으로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을 잘 표현했다.


수문장 교대식이 끝난 후 우린 경복궁으로 향했다. 무인발권기에서 인원수에 맞게 표를 끊는데

초등학생은 무료지만 인원에는 포함되기에 헛갈렸던 남편은 도우미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임무를 잘 완수했다.


친절한 도우미 선생님은 우리에게 청소년 문화해설가 선생님을 소개해주셨다.

친절한 선생님의 이 제안은 지금 생각해 보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맛보게 해 주었지만 처음에는

'응? 청소년 문화해설가? 이건 내가 열심히 검색했던 정보와는 다른데?'

정말 한 3초간 당황했다.

문화해설가 선생님의 무료 해설을 듣고 싶으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이면 된다고 했는데 문화해설가 선생님 중에는 청소년도 있다는 건 처음 알게 되어 순간 당황했던 것이다.

무료 봉사를 하는 청소년 문화해설가. 부끄러워하며 우리를 안내하는 큰 아이 또래의 남자친구가

우리를 조선의 법궁 경복궁으로 데리고 갔다.

또래 친구의 안내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우리 부부에게도 넓디넓은 경복궁을 즐겁게 다니게 해 준 비타민과 같은 존재였다.

수많은 외국인들과 관광객 사이에서 우리 가족만의 문화해설가 선생님.

처음에는 청소년 문화해설가 선생님도 많이 떨렸는지 서먹서먹해했지만 우리 가족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함은 많이 사라졌다.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청소년 문화해설가라는 봉사활동을 알게 되었는지, 개학은 했는지, 우리가 마지막 시간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친구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귀여운 멘트로 여태까지 만나본 문화해설가 선생님보다

집중력 있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의 서울 여행은 2박 3일이었는데 삼일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첫날은 분명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고 일기예보를 철석같이 믿었던 우리는 챙겨갔던 삼단 우산도 숙소에 그대로 두고 룰루랄라 신나게 경복궁으로 왔는데

어머나! 비가 내리지 않는가!!

"어, 비 온다."

"어쩌지. 내가 우산 가지고 오자고 했지?"

다행히 설명이 거의 끝나갈 무렵부터 비가 내려 청소년 문화해설가 선생님과는 궁궐 처마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해설의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에 부산에 한 번 와요. 부산도 참 좋아요. 그리고 친구, 오늘 설명 정말 고마웠어요.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요."라는 말과 함께 엄마, 아빠 미소를 마구 날려주었다.

그리고 늘 내 가방 앞쪽엔 당이 떨어질걸 미리 대비해서 좋아하는 자두맛 사탕 몇 개를 넣어두는데 그중 몇 개를 꺼내 그 친구 손에 꼭 쥐어주었다.

참 대견도 하지.


청소년 문화해설가 선생님과의 아쉬운 작별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달렸다.

숙소까지 비를 뚫고 달렸다. 그 와중에 우리 부부는 아까 점심 식사 후 발견한 KFC에서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징거버거와 오리지널 치킨, 콘슬로를 사고 또다시 달렸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와 비에 젖은 옷과 머리를 말리며, 비를 맞으면서도 놓지 않았던 KFC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거 유명한 브랜드냐고 묻고 KFC에 수많은 추억이 있었던 우리 부부는 잠시 그 추억을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KFC 맛이 아니라며 아쉬워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린 배불리 저녁을 먹었다. 그러니 이제 주일미사를 보러 명동성당에 가자.

천주교는 나의 할머니, 엄마로 이어져 내려오는 모태신앙으로 40년을 성당에서는 '비아'라는 세례명으로 살아오고 있는 나.

군대에서 2시간 만에 받은 세례로 '세례자 요한'이라는 세례명을 받은 남편.

보니파시오와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주님의 사랑스러운 자녀가 된 두 아들.

천주교 신자들의 로망이라고 할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우린 우산을 들고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어둑어둑해져서 주위를 제대로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명동성당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부부는

감동을 받았다.

거룩한 성전 안에서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했다. 요즘 속도 시끄럽고 고민도 많았던 나에게 기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우리 이렇게 서울 여행의 첫날밤을 거룩하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감사하게 우리 가족이 아무 탈없이 서울역에 도착했고, 감사한 인연 덕분에 재미있게 경복궁을 살펴보았으며

튼튼한 다리 덕분에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감사함이 정말 많았던 첫날이었다.


우주 최강 저질 체력의 엄마지만 2만 보 달성의 기염을 토하며 침대에 누워 종아리를 연신 마사지했던 나지만

낼은 또 어디부터 갈 것인지를 검색하는 나 역시

나다.

무식하지만 여행에서만큼은 걷는 걸 좋아하는 나의 여행 스타일대로 둘째 날을 맞이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생계형 엄마표 학습을 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