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태기가 왔다.
작가도 아닌 사람이 글태기라고 하니 우습지만, 한동안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운이 좋게도 올해 첫 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 야심 차게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리라는 다짐을 했지만, 본업인 회사를 다니고 운동도 시작하면서 뒷전이 돼버렸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글을 올리지 않았던 근 한 달 동안 우울감이 조금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쯤 일 년에 한두 번씩 찾아오지만 매번 반갑지 않은 손님이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대처하리라 애써 마음을 잡아보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내가 의사나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30여 년을 살아보고 느낀 것이, 보통 계절이 지날 때쯤 찾아오시며, 봄-여름을 제외하고 쌀쌀하거나 추울 때 심해지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검사도 받아보고, 상담도 받아봤지만 우려할 만한 그런 상황은 아니며 그때 배웠던 방법이나 가족, 친구의 도움으로 이 쉽지 않은 시기가 어서 벗어나길 바라보고 있다.
20대 때에는, 나만 이러는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두려웠고 아팠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쓸쓸함은 인간의 당연한 감정이며, 오히려 이런 심연으로 들어갔다 나옴으로써 조금씩 성장하고, 내가 나로서 자리잡음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상당히 어렵지만, 예민하고 소심하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찾아온다고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글로 써보자고 생각했던 게 브런치를 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한 달은 그런 글을 쓸 힘마저 없었다.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무거웠고, 키보드에 한 자 한 자 옮기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회복되었기에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 있다. 이러다가도 몇 달 후에 다시 나만의 세계로 돌아갔다 올 수도 있지만 이런 페이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위안이 된다. 아주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만 이 브런치를 알려주었기에, 이제는 꾸준하게 나의 희로애락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삶이란 꽤 다이내믹한 것 같다. 혹자는 다이내믹이란 단어 보다도 더 폭이 큰 주파수에 올라타 있을 것 있고, 혹자는 그래도 행복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매년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드는 생각은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힘든 시기에는 그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조차 벅차지만 이런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는 지금보다 안정적이고 내가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