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의 전말

by 김재완

아이들의 꿈이 해적인 나라가 있다. 어린 시절 영화나 만화를 보며 잠시 품는 희미한 꿈이 아니라 해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삼촌을 보며 키우는 선명한 꿈이다. 그 나라는 수도가 모가디슈인 동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다.

1990년대 들어 소말리아는 중앙정부가 붕괴되며 오랜 기간 내전상태가 이어졌다. 내부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일어나자 자신들의 바다를 지킬 해군마저 사라졌고, 대가는 참혹했다. 인근 국가와 강대국들의 대형 어선들이 소말리아 바다의 물고기를 불법포획 했으며 온갖 폐기물을 버리고 달아났다.

소말리아의 어민들은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이었던 자신들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조직했다. 그렇게 불법투기와 어획을 일삼는 타국의 선박들을 쫓아내기 위해 무장을 하고 바다로 나아갔다. 그리고 악인을 벌하기 위해 악마가 되어버리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만다.

“이봐! 우리 이럴게 아니라 좀 더 먼바다로 나가서 유조선 같은 대형 선박을 납치하면 고기 잡는 것보다 큰돈을 벌겠는데?”

“그렇지! 아라비아해는 산유국이 많아서 큰 건수가 많겠어!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고.”

소말리아 해적은 남의 바다가 오염되면 자신의 바다도 오염된다는 한 치 앞의 사실도 모르는 이기심이 탄생시킨 또 다른 형태의 괴물이었다.

바다를 잘 아는 어부와 월급의 몇 배를 버는 해양경찰과 군인이 해적이 되며 소말리아해적은 산불처럼 바다로 번져나갔다. 해적이 유망한 직업으로 떠오르자 대전차 로켓발사기와 모선을 제공하는 투자자까지 등장했다.

“우리가 모선과 무기를 제공하겠소. 당신들은 담대한 용기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시오. 모선에서 편안하게 대기하다 목표물이 나타나면 고속정을 타고 나가 배와 사람을 납치해 오면 됩니다. 선사와 협상은 전문가인 우리가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그저 박진감 넘치는 해적놀이에 열중하시면 됩니다.”


해적이 기승을 부리던 2010년, 한 해적단이 1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올리자 소말리아에는 해적증시라는 기괴한 시장도 생겼다

“정말로 우리 같은 사람도 이렇게 적은 금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여러분의 쌈짓돈을 모아 우리가 무기를 사서 외국의 배를 납치해 오면 여러분은 안방에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돈이 없으신 분들은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해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애국입니다. 애국.”

해적으로 인한 경제 손실액은 100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는 기타 부대비용의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니 보험료가 갑자기 왜 이렇게 오른 겁니까?”

“귀 선사의 배는 아덴만을 통과하지 않으십니까! 최근 출몰하는 해적으로 인해 우리 보험사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보험료가 아까우시면 해적들을 피해 희망봉을 우회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뭐요? 그러면 기름 값이랑 바다에 버리는 시간이 더... 알겠소. 진행합시다.”

“아! 그리고 조언을 좀 드리자면. 일부 선사는 용병을 고용해서 해적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뭐요? 그럼 그 비용도 우리가 내야 하는 겁니까?”

경제적 손실뿐만이 아니었다. 해적들은 배에서 훔친 기름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선원을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했다. 인질을 볼모로 협상이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선원들은 극심한 공포와 기근에 시달려야 했다.



해적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던 2010년, 소말리아 해적의 검은 그림자가 결국 대한민국의 한 배에 닥치고 말았다. 길이 333미터 폭 60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유조선 삼호 드림호는 이라크에서 200만 배럴 (2억 달러)의 원유를 싣고 미국의 루이지애나로 향하고 있었다. 배안에는 한국인 선원을 포함해 총 20명이 넘는 승조원이 타고 있었다.

“선장님! 해적입니다.”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순식간에 납치된 드림호는 소말리아 해역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드림호 선장과 선원들이 믿을 것은 오직 청해부대뿐이었다.

청해부대는 아덴만을 통과하는 2500여 척의 국내외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09년에 창설된 특수부대이다. 드림호의 납치 소식을 들은 청해부대는 즉시 전투함을 출격시켰고, 해적을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해역으로 들어가기 전에 무조건 따라잡아야 한다. 소말리아 해역으로 들어간 후에는 국제법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전속력으로 가자.”

그러나 드림호의 피랍장소는 청해부대 주둔지와 너무 멀었고 결국 추격에 실패하고 만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무려 7개월간이나 선원들을 억류하며 대한민국 정부와 협상을 이어간다.

“원하는 액수가 얼마냐?”

“2천만 달러! 선박과 화물 인질까지 무사히 돌려주는 조건이다.”

“우리 선원들은 모두 안전한가?”

“뭐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우리 애들한테 가끔 맞기도 하는데 아직 한 명도 죽지는 않았다. 낄낄낄.”

2010년 11월, 한국정부가 소말리아해적에게 사상 최고의 몸값을 지불한 덕에 모든 선원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두고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해외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적과는 협상을 하면 안 됩니다. 한국정부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준 덕분에 해적들의 사기가 더 높아졌습니다.”

“방법이 없는데 어쩝니까? 소말리아도 엄연한 주권국가인데 무단으로 해역을 침입해서 전쟁이라도 벌여야 했단 말입니까? 아니면 우리 국민을 소말리아 땅에서 죽게 내버려 두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우리도 방법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돈을 줬습니다.”

자칫하면 소말리아 해적에게 한국 국적의 선박은 로또와 같은 존재로 인식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석 달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2011년 1월 15일, 인도양 북부의 아라비아해에서 - 드림호와 같은 회사인-삼호 주얼리호가 순항 중이었다. 주얼리호는 아랍에미리트를 출발해 스리랑카로 향하던 1만 톤급 화물선이었다. 하지만 출항 4일째, 선내에 비상이 걸렸다.

“해적이다. 모든 선원은 즉시 대피하라.”

일등 항해사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해적들이 이미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해적들은 기동력이 좋은 작은 배로 유조선 같은 큰 배에 접근한 후 어미젖을 찾는 새끼처럼 필사적으로 기어올랐다.

선장의 선내방송과 함께 모든 선원은 해적대응 매뉴얼에 따라 1층의 창고로 모두 피신했다.

"21명 다 들어온 거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해적들 또한 자신들의 매뉴얼에 따라 배의 엔진을 끄고 선원들을 찾아 나섰다.

"어디 숨었나? 머리카락 보인다. 바다라서 도망갈 데도 없는데? 괜히 우리 열받게 하지 말고 빨리 기어 나와라. 뭐야? 여기도 없네? 배가 왜 이렇게 넓어? "

해적들은 닥치는 대로 총을 쏘아대며 괴성을 질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선장님! 저러다 우리 배가 폭발하는 건 아닐까요?"

배의 적재물은 메탄올과 인산 등의 화학물질이었고, 선원들의 은신처에도 이산화탄소 탱크가 있었다.

"선장님! 무서워 죽겠습니다."

"나가자"

해적들은 선장과 선원들을 배의 4층인 조종실로 끌고 간 후, 국적을 물었다.

"한국? 거기다 또 삼호야? 와우! 헤이! 땡잡았어! 낄낄낄."

두둑한 협상금을 챙길 생각에 신이 난 해적들은 선장을 독촉했다.

"헤이! 선장! 죽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 지금 당장 엔진을 켜고 소말리아로 간다. 낄낄낄."


한편 또다시 소말리아해적에 의해 선박납치 소식을 접한 대한민국정부는 대통령이 참석한 긴급대책 회의를 연다. 많은 변수가 있지만 사실 선택지는 단 두 가지였다. 또다시 막대한 협상금을 주고 안전하게 인질을 구출하느냐 아니면 이번에는 군사작전을 통해 해적들을 제압하느냐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재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주로 글을 쓰고 때때로 방송과 강연장에서 말을 하며 살아가는 낭만 아조씨입니다.

28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6화북관대첩비 미스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