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공간의 문제다
“이가 삐뚤빼뚤하게 나요, 쪽니가 드라큘라처럼 나요.”를 주소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공간의 문제이다. 소아치과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정상적인 영구치열기로의 전환인데 그 과정에서 올라오는 순서가 잘못되거나, 있어야 하는 이가 일찍 빠지거나 하면 공간의 문제가 생긴다. 치아들은 앞쪽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앞의 이가 일찍 빠지면 뒤의 이들이 앞으로 움직여서 나중에 영구치가 차지할 공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소아치과에서는 공간유지장치라는 것을 이용해 조기에 탈락한 치아의 공간을 유지해 주거나, 예후가 좋지 않더라도 치아를 어떻게든 살려 남겨주는 방식을 택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유치열기부터 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유치보다 큰 영구치를 수용할 공간이 성장과 함께 생기지 않는다면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볼 쪽이나, 혀 쪽으로 기울어져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유치의 치근이 살아있을 시기에 교정치료를 통해서 악궁을 조금만 넓혀줘도 영구치들이 쉽게 올라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런 문제들을 보면 마치 애들이 클 때 충분한 공간이 필요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코이 물고기 이야기는 다들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항의 크기에 따라 크는 물고기. 흔히들 아이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이 된다. 아이들도 자신이 설 자리가 없으면 삐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소아청소년 치과학 교과서에서는 아이들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중 한 유형은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일부러 더 많이 투정을 부리거나 칭얼거리는 아이들이다. 실제로 부모님께서 치료실 밖에서 기다리시면 갑자기 협조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로는, 아이가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잘못하고 있다며 다그치는 보호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겉으로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공포가 고스란히 나에게까지 전해지곤 한다. 이를 보며 어쩌면 아이들이 가정 내에서 자신만의 설 자리가 좁은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입안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충분한 공간을 잘 확보하고 있는지 잘 확인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