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아프다
법랑질 저형성증은 이가 나올 때부터 치아의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층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치과적으로는 희귀 질환이지만 실제로는 20-25%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어 최근에는 더욱 흔해지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유아 때 발생한 코, 인두, 목구멍, 후두 등의 감염, 혹은 어린 시절 항생제 복용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만성 염증 상태로 이가 약해지고, 푸석하고 바스러지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바람이나 찬물에 시린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그래서 양치를 더 안 하게 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불소 도포와 관리로 충분하지만, 구멍이 생길 경우 레진으로 수복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이가 처음부터 바스러지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때는 기성 금속관을 씌운 후,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물리는 것이 정착되면 본을 떠서 만드는 크라운을 씌우게 된다.
그러나 기성 금속관을 씌우기에는 우식(충치) 범위가 애매하게 작은 경우, 특히 뒤의 이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 그 이가 금속관에 걸려 나오지 못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레진으로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치아 자체가 약해서 주변이 썩거나 같은 치아의 다른 면이 썩어 치아가 결국 누더기처럼 레진으로 범벅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과정을 겪다가 뒤의 이가 나오거나 너무 많이 썩으면 금속관으로 교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치아의 일대기는 대체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환자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마음의 부담이 큰 치아이다. 마취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바람이나 물만으로 시린 상태에서 물이 나오는 톱으로 아이의 뼈를 깎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실제로 꽤 잘하는 아이도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내원 때까지 그 기억을 잊지 못해 다음 검사 때 긴장감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트라우마가 생기는 과정이 생생하게 중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에 처하는 경우들이 있다. 태생부터 좋지 않은 경우들. 그러나 그러한 상황으로 인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건 분노를 동반한 트라우마를 자아내는 듯하다. 내가 아이라면 이 고통이 혼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에 대한 불공평함을 느낄것 같다. 집에 갈 때 가져가는 장난감 하나로는 해결될 리가 없다. 그래도 보호자분이 오늘 잘 참으면 마라탕도 먹고 이마트에서 선물도 고르자고 하며 데려오시면 아이도 조금은 누그러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런 것들이라도 필요한 것 같다. 어른이 될수록 마라탕을 사주고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 줄 사람은 없어도, 억울한 일이 있다면 적어도 스스로를 위해 맛있는 것도 먹고 좋아하는 것도 선물하며 위로할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