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려면 골든아워를 지켜야 한다.
“어머님, 더 이상 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의과에서는 사망을 암시하는 커다란 단어이지만, 치과에서는 주로 발치를 고지할 때 사용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대한 상황이지만, 예전에 의과 전공의 친구가 이 말을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9세 환자의 갓 올라온 평생 쓸 앞니를 다쳐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 마주했던 어머니의 표정은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환아는 어릴 때는 괜찮다고 하며 단순히 치과에 오기 싫어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웃거나 먹을 때 보이는 빈 공간이 콤플렉스로 작용한다. 특히 앞니가 다치는 경우가 많아, 이는 말 그대로 웃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가 된다. 임플란트를 심으면 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성장이 끝날 때까지 심으면 안 된다.
응급처치는 이를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다. 다행히 요즘은 보호자들의 덴탈 IQ가 높아져 빠지거나 부러진 이를 생리식염수나 우유에 담아 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치아 뿌리의 치주인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치주인대는 골과 치아를 연결하는 구조물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손상이 심할 경우 치아를 살리기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치주인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치아머리 부분을 잡고 더러운 부분은 씻어낸 뒤 생리식염수나 우유에 담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구할 수 없다면 물이라도 사용해 치주인대 세포를 습윤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빠진 치아를 곧바로 원래 자리에 심어 오는 것이지만, 비의료인이 이 과정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차선으로는 15분 이내에 치과에 와서 치아를 다시 식립 할 경우 치주인대 세포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외에서 1시간 이내에 습윤 상태를 유지했다면 일부 치주인대 세포가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시간 이상 건조한 상태로 있으면 되살리기 어렵다. 참고로 유치의 경우 다시 심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매번 방문 때마다 뿌리가 녹아가는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 어머니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녹아내린다. 만약 치료가 실패하여 결국 발치를 하면, 그 말로는 10년간 공간 유지 장치를 착용하며 지켜보고 성인이 되어 임플란트와 교정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 환아들의 경우, 십 년 동안 보호자가 겪어야 할 수많은 세월의 스트레스가 아득하다.
빈 공간이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은 마치 얼굴에 남은 흉터처럼 아이의 정서와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치아를 살려야 한다. 치과의사에게는 생사의 문제와 같다. 모두가 이 ‘골든아워’를 알고 지킨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