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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 Dec 16. 2024

충치가 몇 개 있나요?

치료보다는 예방


  우식(흔히들 충치라고 한다)의 개수는 치과계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치과마다 우식의 개수를 다르게 말하거나, 동일한 부위에 대해 서로 다른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오늘도 한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판결을 받으러 왔다.


“치과 두 군데 돌았는데 충치 개수를 다르게 말해요.”


  이처럼 의견이 다를 경우 환자들의 치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 같다(가끔 녹음까지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의사가 잘못된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우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치료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우식의 개수가 다른 게 아니라 ‘치료해야 하는 우식의 개수’가 다른 것이다.


  우식은 단순히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진행성 병변이다. 우식이 생기다 보면 딱딱한 치아의 부분이 파괴되어 구멍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 구멍이 생기기 전에 발견하여 불소와 같은 재료로 치아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칫솔질을 잘해서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치료가 필요 없다. 우식이 진행되어 구멍이 생겼을 때만 그 부분을 파내고, 재료로 잘 막아두어 우식균들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원리다.


  결국 치과의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입속의 환경을 깨끗하게 조성하여 우식이 생기지 않는 건강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지 단순히 우식을 때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는 마치 당뇨병으로 인해 궤양이 생겼을 때 궤양 치료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체의 건강 상태를 개선이 목적인 것과 같은 원리다.


  전체적인 생활 습관의 개선이 가장 중요함을 기억하자. 우리의 목적은 때우는 것이 아니라, 때우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구강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전에 나의 스승님께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그 일이 내 삶에 문제가 안되게 하라고 했다. 건강한 삶이 그렇듯 우리 입속도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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