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 덕희> VIP 시사회 후기 / 라미란 공명 안은진 이무생
40대 일반인 주부가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았다
2016년, 실제로 뉴스에 보도된 사건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상실감에 일주일을 꼼짝없이 누워 있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똑같은 사기범의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게 되고, 자신도 이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범인의 말을 듣고 졸지에 총책의 인적사항과 입국 날짜, 비행기 시간까지 입수하게 된다.
“나는 나 혼자라도 잡습니다, 내가 공항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잡는다”
경찰에 신고해도 오히려 경찰들은 그녀를 비웃는 상황에, 그녀는 혼자서라도 잡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그렇게 경찰도 잡지 못한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마침내 스스로 붙잡게 된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느껴지는 실화. 믿을 수 없는 유쾌함과 통쾌함 그리고 동시에 현실의 씁쓸함이 서려있는 이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주연의 영화 <시민 덕희>.
최근 <연인>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안은진 배우의 첫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면서, 전역 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공명 배우, <더 글로리> <마스크걸>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염혜란 등 대세 배우들로 이루어진 어벤저스 라인업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다.
촬영을 한 지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 출연진 모두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 다행히 개봉 타이밍도 알맞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VIP 시사회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개봉일보다 일찍 만나볼 수 있었다.
VIP 시사회 현장
상영 전 무대인사 현장 (주연배우 및 감독 참석)
교과서적 작품? 장르물까지 잡았다
사실, 영화를 처음 보기 전에는 교과서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아무래도 보이스피싱 실화 사건을 다루고 있는 만큼, 예방하자는 교훈을 주거나 작위적인 감동을 끼워 넣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우려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민 덕희>는 실화 기반의 책임감과 장르물의 오락성 모두 잡았다.
한 순간에 2000만 원을 날리면 당장 어떤 감정이 들까, 지키고 싶은 가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등 관객들은 가감 없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김덕희의 감정 묘사에 이입하다가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분노와 시의성에 대해 다시 한번 몸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 텐션을 오래 유지하지 않는다. <시민 덕희>의 진가는 여기서 드러난다. 보이스피싱 집단의 일원 ‘재민’과 연락이 닿고 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 ‘봉림’과 ‘숙자’가 힘을 실어주면서 소위 ‘사이다’ 같은 전개가 팡팡 터진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조직 내의 생각보다 높은 폭력 수위와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범죄 오락 액션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르적 쾌감도 함께 선사한다.
실화를 다루는 만큼 책임감을 어느 정도 통감하면서, 관객이 원하는 재미와 감동, 쾌감을 동시에 넣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한계 없는 변신 귀재, 엄마 라미란
수식어가 필요 없다. ‘가능성’이라는 수식어조차 아까운 배우 라미란. 이번에는 캐릭터가 아닌 실제 인물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라미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로 ‘엄마’의 역할이 많지만, 그냥 엄마는 아니다. <정직한 후보>에서는 엄마이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국회의원, <잔혹한 인턴>에서는 엄마이지만 다시 한 회사의 인턴으로 돌아간 경력직 사회인 등 같은 배역 같지만, 다른 배역을 꾸준히 소화해 왔다.
이번 <시민 덕희>에서도 엄마이지만, 무려 공권력을 넘어선 ‘엄마력’으로 보이스피싱 사건 총책을 잡은 실제 인물 ‘김덕희’를 연기했다.
영화에서도 김덕희의 다양한 감정선이 있었는데, 라미란 배우가 아니면 누가 소화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영화 초반부에는 감정적인 신들이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유쾌하며 강단 있는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이 필요했는데 역시 라미란 배우가 기대에 잘 부응해 주었다.
실화도 영화다, IP 확장의 가능성
최근 <서울의 봄>이 완벽한 흥행에 성공하면서,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이 흥행 가도를 이어 근현대사 기반의 영화들을 꾸준히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 <시민 덕희>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보면 Non-fiction, 실화 소재에서부터 시작된 영화라고 볼 수 있고, 관객의 ‘분노’라는 감정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과 같은 공식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민 덕희>는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시원하게 해소시켜 준다는 점에서 차이점은 있지만 과연 개봉 후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갈지 매우 궁금하다.
관객들은 이제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원한다.
앞으로 수많은 기획이 이루어지겠지만, 이제 사건 실화와 역사 또한 충분한 흥행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봄>이 쏘아 올린 실화 기반의 생생함, 과연 <시민 덕희>도 함께 기세에 합류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