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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Apr 07. 2023

딸이 나를 키운다

_ 남편의 이야기(5)



올해 초, 딸이 아직 돌이 되기 전에 아내가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서울을 다녀온 적이 있다. 



투자 공부를 한다고 주말마다 집을 비우는 나였기에, 딸을 낳고 처음으로 단둘이 하루 종일 붙어 있는 날이었다. 제대로 된 육아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날이었고, 아내가 평소에 독박 육아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 날이기도 하다.



직장과 투자는 내가, 육아와 가사는 아내가 담당하기로 했는데 이 업무분장의 밸런스가 얼마나 붕괴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육아로부터 찾아오는 고생은 직장과 투자에서 느끼는 그것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물론 투자라는 영역 역시 몸과 마음이 힘들긴 하지만 나 스스로 시간과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경험한 육아의 장점은 몸과 마음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주는 행복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고, 단점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을 계속해서 마주한다는 것이었다.



매 끼니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 전쟁이고, 깨어있는 동안 꾸준한 관심을 주지 않으면 울어 버린다. 기저귀도 주기적으로 체크해 주어야 하고, 그때마다 로션도 잘 챙겨 발라줘야 한다. 씻기고 재우는 과정도 포함된다. 포인트는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가 생각만큼 잘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생명을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다. 부모님께서 나와 동생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랑과 노력을 쏟으셨을지, 아이를 낳고 나서야 현실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하며 육아의 고됨을 느낀 뒤, 처음으로 아내가 이유식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딸이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아내는 매일 자정이 넘어서야 잠을 잔다.



아내의 눈이 오래전부터 충혈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어 너무 미안했다. 아내의 배려와 희생이 있었기에 내가 직장과 투자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딸과 함께 한 하루 덕분에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다.



감사하고 미안한 만큼 우리가 약속한 것들을 더 열심히 지켜나가야겠다. 그리고 틈이 생길 때마다 아내의 짐을 덜어주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체리에게 감사하다. 오늘도 딸이 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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