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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Apr 13. 2023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엄마의 삶

_ 아내의 이야기(6)



딸 덕분에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중에서 '행복'이 가장 큰 감정이지만, 요즘은 가끔 아기가 없던 자유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지난 주말, 뭐 대단한 것을 먹은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급체를 했다. 



전날 저녁 육아에 쫓기며 나 홀로 주방에서 허겁지겁 스탠딩으로 해치운 삼겹살 때문인 건지, 아침에 아이방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은 고등어반찬 때문인 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육아맘에게 급체는 가혹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주말이었기에 4시까지는 무조건 버텨야 했다. 



억지로라도 속을 비우기 위해 화장실에서 변기를 부둥켜안았다. 딸은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이 마냥 재밌는지 옆에서 깔깔 웃으며 화장지를 다 풀어내고 있었다. 스스로 화장실에 들어오지 않는 아기인데, 엄마가 힘이 없는 걸 알았는지 이때다 싶어서 화장실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나오지 않는 속을 억지로 게워내고, 셀프로 손 따기를 했다. 어깨를 두드리며 내려와서 팔뚝을 쓸어내리고, 엄지 손가락에 실을 감고 수지침으로 적당한 곳을 찔렀다. 언제 해도 서러운 기분이 드는 셀프 손 따기를 딸의 옆에서 하려니 스스로가 더 짠하게 느껴졌다.



이 역시 빨리 몸을 회복해서 보채는 딸과 놀아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몰라주고 평소처럼 놀아주지 않는다고 13개월 밖에 안 된 주제에 짜증을 팍팍 낸다. 누워있으면 일어나서 놀아달라고 옷을 잡아당긴다. 요즘 힘이 부쩍 세져서 옷이 찢어질세라 일어나긴 했지만 놀아줄 힘은 없었다.



'아, 체리가 다시 뱃속으로 일주일 아니 3일만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옆에서 보채며 우는 체리를 따라 나도 울고 싶었지만, 엄마는 마음대로 아프지도 울지도 못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표정에서 심리상태를 읽는다고 한다. 내가 울면 딸이 더 당황하고 불안해할 것 같았다.



베개와 담요를 이용해서 은근히 누워있으려는 꾀를 부리며 남편이 돌아오는 오후 4시까지 어찌어찌 잘 버텨냈다. 4시 15분이 되었고, 월패드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등록된 차량이 입차하였습니다"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는 남편.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어제 받은 과자 기프티콘을 바꾸면서 내 소화제를 사 오는 건 아니겠지?'



설마 했지만, 정답이었다. 왜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코앞에 있는 편의점이 있는데. 나는 1분 1초가 너무 힘들었는데..



체리가 아빠를 닮아서, 엄마가 아픈데도 그렇게 눈치가 없었나 보다. 우리의 둘째 계획이 점점 늦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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