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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Apr 14. 2023

인생을 걸어볼 사람

_남편의 이야기(6)



나의 일상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와이프가 어떻게 이해해 주는 거야?', '아내분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 역시 이에 많은 공감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는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우리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투자를 위한 투자였다.



1년 동안 아내와 함께 월 50만 원씩 지불하며 강의를 들었고, 기회가 되면 임장도 함께 다녔다.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 함께 다녔던 대전과 천안이 생각난다. 천안 백석동으로 물건을 보러 갔을 때 그 해의 첫눈이 내렸다.



작년 봄, 체리가 태어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직장과 투자, 아내는 육아와 가사를 맡았다. 조금 있으면 아내는 복직을 하기 때문에 말로만 듣던 워킹맘이 된다. 아내에게 '직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육아와 가사'에 대한 나의 비중도 높아져야 한다.



투자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만 해도 3년이면 이 힘든 생활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끝난 건 상승장이었고, 하락장 속에서 투자 공부를 지속하며 배운 건 '이 생활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 직장과 투자의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가사와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을 놓은 것은 아니다. 아내 역시 육아와 가사를 책임진다고 해서 직장과 투자를 놓은 것이 아니다.



영화배우 박정민 님이 쓴 <쓸 만한 인간>에 <동주>를 찍을 당시 이준익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담겨있다.



"영화는 네 것 내 것이 없다. 이건 내 거네, 저건 네 거네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영화는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가운데 두고 모두가 같이 보고 있으면 영화는 늘 그 자리에 있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가족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내와 역할 분담은 했지만, '이건 너의 몫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육아는 네 것, 집안일은 내 것'이라는 개념은 가족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준익 감독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에 인생을 걸지 말고 그 영화를 같이 찍는 사람에게 인생을 걸어라."



굳이 서로에게 말하지 않지만, 나는 아내에게 내 인생을 걸었고 아내는 나에게 인생을 걸었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버팀목이 망가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각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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