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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May 17. 2023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

_ 아내의 이야기(7)



더 이상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연애 말고 결혼이 하고 싶을 때, 체리아빠를 만났다.



알코올 한 방울 없이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 마감시간까지 뭔가를 사부작거리는 남자, 2년 동안 요가를 배운 남자, 조심스럽게 데이트 통장을 권하는 남자, 매일 비슷한 옷을 입는 단벌 신사.



연애할 때의 체리아빠의 모습이었다. 



연애 상대일 때는 별로일 수도 있는 점들이 결혼하니 좋은 남편의 표본이 되었다.



퇴근 후 술 약속 없이 일찍 귀가하는 남편,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 관리하는 남편, 먼 훗날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함께 가계부를 쓰는 남편, 늘 비슷한 패션으로 외출 준비를 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남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위에 나열한 것들이 아니다.



'자상함'



친구들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나는 츤데레도 싫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자상한 남자랑 결혼할 거야."



상상하고 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내가 생각했던 자상한 남자와 결혼했다.



체리아빠의 자상함을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리아빠가 고등학생 때 연애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 체리아빠가 솔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연애를 하게 됐다고 한다.



다시 만나게 된 체리아빠가 "도대체 왜..?"라고 묻자 "오빠 자상한 사람이잖아~"라고 했단다. 그렇게 남편의 자상함을 제삼자로부터 증명했다.



자상한 남자와 결혼하면 좋은 점을 쓰려고 했더니 이젠 익숙해져 버린 일상이라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매일 아침과 저녁 식사 시간에 쉴 새 없이 대화가 오가고, 매일 잠에서 깬 후와 잠들기 전 포옹을 한다. 



고로 매일매일 우리 가정에는 사랑이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함께 좋은 사람이 된다고 하던데, 나에게도 자상함이 물들고 있다.



엄마아빠가 둘 다 자상해서 체리는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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