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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pr 17. 2024

빨간펜


아.. 지금 이 시간에 1학년 3반의 글쓰기 피드백이 끝났습니다.

애들 글에 길게 쓰지 말라고 문장 짧게 쓰라고 잔소리를 했으니 저도 개조식으로 정리해 보면,


1. 올해 1학년은 생각보다 글쓰기 실력이 좋다. (2009년생, 2010년생에 비해서)

2. 하지만 맞춤법은 너무 취약하다. (안/ 않, 되/돼, 이었다/이였다... 하도 많아서 적지 못해요.)

3. 빨간펜 피드백은 아주아주 힘들고 고되지만 수업에는 효과 10,000점이다. (은근히 애들이 기다림!)

4. 빨간펜은 마하3펜이 부드럽게 써져서 힘이 안 들어가서 좋다!

5. 애들 글에는 처음-중간이 90%, 불필요한 말이 9%, 끝이 1%다.

6. 그래도 이번 수행평가를 통해서 글쓰기의 5단계 계획-생성-조직-초고쓰기-고쳐쓰기를 가르쳤다.

 - 이러면 이제 2학기 때 통일성 있는 글쓰기는 보다 쉽게 할 수 있고, 2,3학년 올라가서도 틀은 잡힌다.

7. 나 스스로 고생했다. 토닥토닥. 잘했다.

8.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쓰니 도저히 '은수의 이야기'는 쓸 수가 없다. 휴.... ㅠ.ㅠ 소설 쓰고 싶다. 쉬고 싶다.

9. 1학년 노트북 지급되면 구글 클래스룸 만들어서 자기들이 쓴 경험 글을 워드로 옮기라고 할 예정! 

- 문집 만들 것이다. 애들은 싫어하면서도 좋아할 것이니까. (비공개 글 빼고 공개 글만!) 


이렇습니다.


국어교사가 이럴 때는 좋습니다.

애들 삶에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쓰기는 무척 힘들지만

쓰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도 말보다는 글로 생각을 표현하라고 가르칩니다.

말은 쉽사리 뱉을 수 있으나 정리가 되지 않아 상처를 줄 때가 있습니다.

글은 머리로 생각한 내용을 한 번 정리해야 해서, 거친 말을 조금이나마 거르게 됩니다.

교무실 제 자리에는 아이들이 쓴 성찰일지가 조금씩 쌓여갑니다.


앞으로 많이 쓰게 하겠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힘,

그리고 글로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겠습니다.


일단, 저부터 좀 쉬구요.

커피 한 잔이 절실하니

내일 아침엔 모닝 커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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