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도 재능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재능도 없이, 그저 묵묵하게 무언가를 할 줄만 아는구나, 하고 자책할 때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었더랬다.
"꾸준한 것도 재능이야. 그거 쉬운 거 아니야."
그때는 우울한 나를 위로하려는 뻔한 말인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게 주어진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힘은, 실로 엄청난 재능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연하지만 흥미롭지 않은 것을 해내며 버티는 힘. 요새 만나는 아이들 대부분에게서 쉽게 찾기 힘들다. 10분 정도 집중하기, 책 읽히기, 시험 시간에 (문제를 다 풀고 난 후에도)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
이 모든 것들이 쉽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 처음엔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당연히 쉬게 하고, 배려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달라졌다. 생명의 위협(?)을 가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시간을 온전히 버티게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아이들이 만날 사회는, 그렇게 쉽지 않기에.
어제는 우리 학교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역시나 온몸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기 힘은 나의 1학년들은, 그중에서도 시험에 큰 관심이 없거나, 진즉에 시험을 마친 아이들은 시험 중간에 손을 들어 화장실, 보건실을 들락날락거렸다고 한다.
한 두 명이 아니라, 거의 대여섯 명 넘게 비슷한 행동이 교시별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은데(그동안의 일들을 돌이켜볼 때), 그러니 당연히 교실에 앉아 시험을 보는 아이들에게도 큰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성실함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힘도 재능이며, 그것이 부족하다면 길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서.
시험이 끝난 후, 첫 시간엔 분명 놀자고 아우성칠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중요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아이들을 2학년으로 올려 보내기 전에 도대체 '끈기'는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를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오늘도, 제발.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