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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Apr 04. 2022

방대한 예술의 공간, 리움 미술관 -2

로비 & M1 전시장

저번 글에서는 리움 미술관의 외부 정원과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M2 전시장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로비에 있는 요소들과 M1 고미술품 전시장을 다루도록 하겠다.



불로부터


은은한 빛이 쏟아지는 안내 데스크, 그런데 데스크의 모양이 무언가 특이하다. 길거 커다란 직사각형의 유리 안에 검은색 나무들이 채워져 있다. 바로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라는 작품이다. 240여 개의 숯을 세워 고정시킨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숯 덩어리들을 로비에 배치한 것일까? 숯은 물과 공기를 정화하는 효능이 있다.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방문하며 예술성으로 정화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챔프 커피


검은색 벽면에 내어진 틈 사이로 사람들이 보인다. 알고 보니 입점해있는 챔프 커피의 외관이다. 거대한 규모의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사이에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커피의 가성비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 자체도 굉장히 준수하지만, 4천 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대를 유지한다. 서울 카페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든 수준이다. 방문 시 꼭 한번 마셔보시길 권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로비에서는 취식이 불가하다. 대신 로비의 안쪽에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따로 있다는 점이 궁금했는데, 이렇게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곳이 있을 줄이야!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리움 미술관의 배려이다.



JENNIFER STEINKAMP Primordial, 1


미디어 월


사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직관적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미디어 월이다. 5천만 화소 이상의 고해상도 스크린은 형형색색의 컬러들을 선명하고 찬란하게 보여준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디지털 풍경을 만드는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작품들을 한없이 바라보게 된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아열대의 바다에 수많은 축하 폭죽이 내리는 듯한 영상이다. 생기발랄함에 환상적인 역동적을 더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거대한 자연 풍경 속에서 넋을 놓듯, 디지털 화면 안으로도 편입되는 신비로운 몰입의 시간이 주어진다.


jENNIFER STEINKAMP Daisy Chain Twist, tall


형광색 불빛이 들어오는 쪽 옆에는 M1 전시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4층에서부터 시작해 한 층씩 내려오며 관람하는 동선이다. 특히 하루 2회에 한하여 도슨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다.





4F 푸른빛 문양 한 점


고려 시대 청자를 주제로 한 전시이다.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도록 내부 밝기를 최대한 낮추었다. 약한 세기의 조명으로 복도를 비추는 것 외에 다른 시각적 방해 요소를 덜어냈다.



땅에서 솟아오르고,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전시 박스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 독특하다. 반드시 땅 위에 올려져야 한다는 인식을 전환시키고, 시각적 변주를 더하는 요소이다.



청자의 색을 방으로 구현한 듯, 초록 빛깔이 은은한 공간이다. 무수한 반사들을 이루어내는 듯한 유리 구조는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안긴다. 바닥에 반사되는 유리의 형상부터 자기를 비추는 선명한 빛의 표현이 두드러진다.





호흡


감상을 마치고 나오면 앞서 로비에서 올려다보았던 로툰다의 정점에 서게 된다. 각각의 창문에 붙어 있는 오색의 판들은 김수자의 호흡이라는 작품이다. 화창한 날씨에는 빛이 반사되어 아름다운 빛깔이 바닥으로 번지고, 흐린 날에는 은은한 빛들이 감돌게 한다. 걸음을 내딛는 모든 순간들은 곧 작품 위를 걷고 감상하는 체험이 된다.




3F 흰빛의 여정


분청사기는 15~16세기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된 자기로써 고유함을 갖는다. 현대에도 분청사기를 재해석하는 도예가들이 예술적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조선시대 때는 백자 문화가 발전했는데, 백색의 흙을 빚고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낸 백자를 전시한다. 단순하되 기품 있는 곡선이 드러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단순하고 오묘한 미학인 것이다.





2F 감상과 취향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2층 전시관에서는 정선, 김홍도, 김정희, 장승업 등 조선시대에 널리 이름을 알린 화가들의 작품들을 다룬다.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삶을 담아낸 그림들을 차분히 감상하기에 좋다. 구도의 균형, 섬세한 묘사, 각각의 요소들이 어울리는 균형미 등을 감상 포인트로 삼으면 좋을 듯하다.






앉아서 쉬어가기 위한 의자에도 리움 미술관은 예술성을 가득 부여했다. 마치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몸통을 떠올리게 하는 의자는 배세화 작가의 작품이다. 자연의 모습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의 심미성을 중시하고 자연의 곡선을 담아내었다. 그림 이외의 요소에서 감상과 흥미를 얻을 수 있다.




1F 권위와 신앙, 화려함의 세계


앞서 보았던 담백하고 수수한 작품들에 비해 표현적 측면에 가중치를 두었다. 불교미술, 금속공예, 나전칠기 등의 구성을 볼 수 있다. 특히 현대미술품을 같이 전시하여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을 전한다.




투명한 물결을 반사시키는 의자는 요시오카 도쿠진의 워터 블록이라는 작품, 유리로 된 좌석은 마치 물을 표현하는 듯한 물성을 갖는다. 속성이 전혀 다른 두 물질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흐리는 작가의 사유의 깊이가 드러난다.




전통 미술품들 가운데 유달리 낯선 존재감을 내뿜는 아니쉬 카푸어의 사원이라는 작품이다. 대리석의 중앙 부분을 빛이 투과될 만큼의 얇은 두께를 남기고 파내어 조명을 설치했다. 종교적 숭고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중력의 계단


전통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M1 전시는 현대적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아이슬란드에서 유년 시절을 형성한 올라퍼 엘리아슨 작가가 자연에 대한 관심을 축적해오면서 태양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반원 형태의 기물과 조명은 천장에 설치된 거울 덕분에 연속된 원의 형상으로 표현된다. 태양계의 행성을 나열한 듯한 표현으로 계단을 내려가며 각도에 따른 관점의 차이를 감상하게 된다.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주체들 중 하나인 리움, 전통을 존중하되 현대와 함께 조화시키는 예술적 큐레이션을 읽을 수 있다. 리움의 예술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맥락 속에서 더욱 부각되고 의미가 확장된다. 폭넓은 예술의 세계가 인도하는 귀중한 경험이다. 한 번쯤 시간을 내어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시간: 10:00 - 18:00 (월 휴무)

연락처: 02-2014-6900

가격: 상설전 무료, 기획전 15,000원

주차 가능, 방문 예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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