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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챔버 May 18. 2022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와 디지털자산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가 사라졌다. 한국인 엔지니어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자산 루나는 대표적인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의 가치를 기축통화 삼아 코인의 가치를 증명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중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던 스테이블 코인이 단 며칠 만에 99%가 하락한 것이다. 문제는 ‘루나’ 뿐만 아니다. 코인 열풍에 묻지마 투자를 이어갔던 일반 투자자들은 22년에 대부분 50% 이상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웹3.0 시대를 준비하는 작금의 시대에 이번 사태는 코인과 가상자산, NFT, CBDC와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시켜 기록 관리하는 컴퓨팅 기반의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크게 4가지 생태계로 나눠지게 되는데 보상체계를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기축 통화를 기반으로 가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스테이블 코인, 유일성을 증명하고 초월적 이용이 가능한 NFT(Non- Fungible Token), 그리고 중앙이 직접 통제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가치교환이 가능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가 있다. 이들은 단지 블록체인 기술이 밑바탕이 되어 있을 뿐 각각의 특성을 지닌 독립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심지어 CBDC의 경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블록체인과 그 기술을 이용해 파생된 여러 가지 개념들이 동일시되거나 ‘블록체인=코인’으로 인식된 대중의 오해는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FT의 경우도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 인 이더리움 기반의 소유증명 체계이다. 판매자가 보증하는 원본증명으로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일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원본자체에 대한 소유 증명이 아니라 원본이 가지는 영수증에 대한 원본증명일 뿐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얼마든지 복제될 수 있고 그렇게 복제된 원본들은 또 다른 NFT를 발행할 수 있다. 게다가 양자컴퓨터가 발전이 된다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 얼마든지 컴퓨팅 파워에 의해 깨질 수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기술임에도 전 세계적으로 NFT 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만 약 12.6억달러 한화 1조 5,000억 규모다.

 안정성을 최대 무기로 내세웠던 스테이블 코인 ‘루나’가 하루아침에 폭락하듯 NFT의 시장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지는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거품이 꺼질 때 늘 정보의 최끝단의 사람들, 일반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국가가 직접 시장을 통제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겠지만 ‘루나’가 사라지듯 무수히 많은 NFT의 가치가 소멸될 수도 있음은 늘 경고할 필요가 있다.      

 

 코인과 NFT의 과열현상은 오히려 블록체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코인과 NFT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시도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중앙이 직접 발행 및 통제하는 디지털 자산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다. CBDC의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으로 통화 유통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핀테크는 하루정도 시차가 발생하는 이연결제 방식이나 CBDC가 적용되면 전 세계 어디서라도 송금수수료 없이 실시간 현금 유통이 가능해진다. 현금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은행의 역할도 필요 없어진다. 중앙은행이 직접 통제 관리하기 때문에 국가의 통화정책을 실행하기도 수월해지며 불법 지하자금의 통제도 용이해진다. 통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가 자국 통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기 다른 형태로 CBDC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우월적 지위를 최대한 누리고자 새로운 형태의 CBDC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은행을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회, 국제송금 등을 담당) 결제망에서 제외하자 중국의 CIPS(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또 올 2022년 상용화를 염두에 둔 디지털위안화의 시행 역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부상 중이다. 게다가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 역시 너무 커지자 미국이 디지털 달러의 도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디지털 달러는 곧 미국이 발행하는 CBDC다.      

 

 중국은 올해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위안화의 상용화를 사실상 시작했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 사용 중인 핀테크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위쳇페이로 현금 없는 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라 현금 없는 시장이 꽤 통용 중이다. 알리페이를 직접 연동할 수 없는 단기 방문 외국인들이 현금을 사용하는 곳을 찾을 수 없어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할 정도다. 그러나 디지털위안화와 알리페이 등의 핀테크는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실시간 통화유통 가능 여부와 민간인지 정부인지 운영주체의 차이다. 알리페이와 위쳇페이는 중국 결제 시장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민간에 너무 과도하게 결제정보가 관리되고 있다고 중국정부는 판단하는 듯하다. 이는 중국정부가 디지털 위안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 중 하나다.      

디지털 위안화

  G2 국가만이 아니다. 태국은 외국계 신용카드사에 대한 견제로 ‘Prompt페이’ 라는 변형된 디지털자산을 시도 중이고 자국 통화 보호를 위해 바하마, 동 캐리비안 연합과 같은 소국가에서도 디지털자산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2년 하반기 중 한국형 CBDC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한국은 현금 사용량이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다양한 핀테크 역시 존재한다. 이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환경은 구축이 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럼 한국은 블록체인 기반의 CBDC가 필요한 것일까?


 CBDC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각 국의 상황에 따라 실현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위안화는 CBDC가 아니라 DEC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다. 사실상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게 아니다. CBDC 역시 블록체인 기반이긴 하지만 굳이 CBDC가 아니어도 현금 없는 디지털 자산을 구축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통화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되는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CBDC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성급한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 다만 ‘루나’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을 농락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중앙화 된 디지털 자산의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CBDC는 기술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중앙이 통제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인식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기술을 선택하고 그에 가장 필요한 결과물을 사용하면 된다. 올바른 기술의 대한 이해가 올바른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정책결정권자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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