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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챔버 Dec 16. 2021

빅 브라더와 소셜미디어

  1984년. 애플은 맥킨토시를 출시하면서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모티브로 한 TV광고를 했다. TV 광고 속 사람들은 빅 브라더가 텔레스크린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에 세뇌되어 마치 생각 없는 기계처럼 노동을 강요당한다. 이때 누군가 달려와 해머를 던져 스크린을 박살을 내는데 IBM과 MS의 획일화된 컴퓨터 시장을 깨뜨려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애플의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인 포트나이트가 애니메이션으로 애플의 광고를 패러디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iSHuaw6Q4, 포트나이트 애플 빅브라더 패러디 광고 화면 갈무리

  큰 화면 속 빅 브라더는 애플의 심벌인 사과가 대신하고 해머를 던지고 유유히 걸어 나가는 포트나이트의 캐릭터인 여전사의 뒷모습은 너무도 비장하다.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거대 IT 앱스토어 시장에서 당당히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포트나이트의 광고 직후 애플과 구글은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 앱을 퇴출해버렸다. 화면은 박살이 났지만 결국 화면 속 어딘가의 거대한 사과는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물론 포트나이트는 빅 브라더의 제재를 벗어나고서도 충분히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듯하지만 거대 IT 기업의 울타리는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두고 있다.     


  인간의 일상을 무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건 거대 IT 기업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의 일상을 감시하고 있음을 고발했다. ‘소셜 딜레마’의 감독 제프 올롭스키는 가디언지의 기고에서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모든 온라인 활동을 감시함으로써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러한 통찰력을 활용해 우리를 가장 높은 광고 입찰자에게 경매하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한 온라인 감시법이 지난 6월 통과됐다. 야당과 인권 단체들의 극심한 반발 속에서도 테러가 끊이지 않자 마크롱과 프랑스 정부가 수정을 거듭한 개정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다행인지 국내는 아직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감시하는 건 불법이다. 국내 방송사인 MBC의 경우 사측이 직원들의 이메일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드러나 경영진이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가와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한 감시활동은 엄청난 논란에 휩싸인다. 더 큰 문제는 소셜미디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비롯한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막대한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각 개인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이미 소설미디어 사용자들은 이용자 성향분석 알고리즘으로 인한 필터버블 현상으로 다양성이 결여된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와 상업적인 기초 데이터가 개인의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다. 지식재산권에 기반한 물질적 보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국가나 기업에 의해 판단되고 활용될 때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SNS 상의 개인의 표현은 그 대상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개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프라이버시 노출 역시 보호할 수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혹은 기업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SNS 정보를 마음대로 취득해 악용하게 된다면 인류는 실존하는 빅 브라더를 곧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어떻게 개인의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지 또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지 철저하게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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