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업과 협동의 차이
최근까지 나는 모 대학생 연합 창업동아리의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다른 기획자, 개발자들, 그리고 디자이너들과 한 마음으로 IT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했었다. 보통은 이렇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을 협업이라고 일컫는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둔 대학생 입장으로서 협업 경험의 유무가 하나의 큰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획자로서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업했던 경험은 정말 소중했다. 디자이너들과 함께 피그마라는 툴을 이용해서 열심히 와이어프레임을 짰고, IA를 만들며 제안했다. 개발자들과도 기능적으로 소통을 진행했었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나름 컴퓨터공학과 학생인데 디자이너들보다 소통을 하지 못했다. 내가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개발을 잘 몰랐던 이유도 있고, 빠르게 배우기엔 은근히 진입장벽이 크게 느껴지는 영역이었다.
때문에 개발자들보다는 같은 기획자나 디자이너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많은 시간을 쓴 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특히 디자인 쪽으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디자인 전공자 수준은 아니지만 피그마라는 툴을 다루는데 자신감이 붙었고, ui/ux 디자인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정말 많이 배웠다.
협업을 하는 도중, 앱 디자인이 생각보다 꽤 재밌다고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와 구글을 통해 스스로 디자인을 공부했었다. 인터넷이 최고의 선생님인 것은 개발이나 디자인이나 비슷한 것 같다. 덕분에 기획에서 디자인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며 작업에 들어갔고, 이 부분에서 나는 협업이 아닌 협동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협업과 협동은 무엇이 다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알아본 협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협업 : 생산의 모든 과정을 여러 전문적인 부문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분담하여 일을 완성하는 노동 형태
즉, 함께 일하되, 전문적인 부분에서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잘하니까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고, 개발자는 개발을 잘하니까 기계의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협동의 의미는 뭘까? "서로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함"이다. 나는 이 뜻이 협업보다는 함께 의존하며 일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해석한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과 함께 일한다는 말에는 차이가 느껴진다. 즉, 내가 단순히 기획 쪽의 일만 열심히 해서 다른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협업이다. 반면에 내가 다른 분야, 예를 들어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기획 쪽의 일까지 열심히 한다면 이는 협동이라고 본다.
협업과 협동을 둘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시간이 지나 머릿속에 남는 것은 협동이었다. 내가 해왔던 일이 협업이라고 느껴졌을 때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내 일을 하는 방법이 머리에 남았다면, 협동을 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의사소통, 내 일을 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일이 남았다. 다른 사람의 일이 남았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 이유는 다른 분야를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이해함으로써 내가 일을 할 때 나의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점이다.
실제로 디자인에 대해서 조금씩 배워가면서 나는 서비스 기획 쪽 일의 효율과 속도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성과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단순하게 디자인 배웠으니까 기획의 결과물이 이뻐졌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이 더 쉽게 결과물을 이해하고 적용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협동을 한 이후로, 협동을 하면 협업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추가적으로 다른 분야의 지식까지 습득해서 제너럴리스트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아, 물론 협동도 단점은 있다. 협업보다 어렵다. 자기 일을 쉽게 하려면 그냥 협업을 하는 게 낫다. 어쩔 때는 혼자 일하는 게 더 쉬울 수 있다. 그래도 어렵게 공부해야 오래 남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협업 경험보다 협동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