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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04. 2024

<롱레그스> 14일 생일자 특히 조심!

 미해결 사건에 투입된 FBI 요원의 각성    

 

30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연쇄 가족 사건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신입이지만 초능력에 가까운 직감을 가진 FBI 요원 리 하커(마이카 먼로)가 사건에 투입되자 조금씩 단서를 찾아간다. 동료와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하커는 롱레그스가 남긴 암호와 알고리즘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가끔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것 말고는 일에만 몰두하는 일벌레였지만 최근 일어나는 사건과 본인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건은 30년 동안 대략 10가족이 아버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현장에 어떠한 단서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아버지를 조종 했는데, 희생자 중에는 생일이 14일이 사람이 있었다. 불길하게도 하커의 생일(14일)이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불결한 표식과 암호,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또 다시 미궁에 빠질 위기에 처한다.      


다수의 레퍼런스를 이용한 독창성     

<롱레그스>는 여러 영화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어느 장르에 맞춰 볼지에 따라 레퍼런스 영화가 달라진다. 수사물에 포커스를 맞추면 <양들의 침묵>, <조디악>, <세븐> 등이 떠오르고, 공포물에 포커스를 맞추면 <더 넌>, <악마와의 토크쇼>, <팔로우>, <애나벨> 등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데이비드 린치 작품을, 뻐꾸기 탁란을 소재로한 <비바리움>, <뻐꾹!>도 빼놓지 않고 생각난다.      


다수의 오마주와 레퍼런스가 담긴 영화다. 조각을 이어 붙여 하나의 사탄 영화로 완성한 감독의 독보적인 재능을 감탄하게 한다. 사참고 그의 아버지는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안소니 퍼킨스이며, 어머니는 사진작가 베리 베렌슨이고, 본인은 <싸이코 2>에서 노먼 베이츠의 아역을 맡아 배우로도 활동했다. 동생 엘비스 퍼킨스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롱레그스>는 가족사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라 밝혔다. 아버지 안소니 퍼킨스는 클로짓 게이였고 어머니는 이를 두 형제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롱레그스>는 악마와 살인사건을 두고 벌이는 두뇌게임처럼 느껴지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뒤틀린 가족사를 향하고 있다. 즉 가족을 지키기 위한 비뚤어진 행동이 불러온 비극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레트로 풍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90년대 미국 전역을 흔들었던 ‘존베넷 미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14일에 집착하는 방식은 감독의 어머니 생일(4월 14일)과 요한계시록 13:1의 구절(13+1=14)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더 많은 정보를 숨겨 두어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호하고 불쾌한 긴장감 오래 유지     

다만 끝까지 롱레그스의 의미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제목의 뜻을 알고 싶었다면 미궁에 빠질 것이다. 아름다움과 글램록을 숭배한 기이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저 불길하고 알 수 없는 조합을 의미하는 호기심일 뿐 특별한 뜻은 없다. 그의 정체는 한참 뒤에나 모습을 드러내는데 새하얀 옷을 입고 하반신만  보이는 시점숏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인간은 처음 보는 낯선 존재,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자연스러움, 형용할 수 없는 일에 궁금증과 호기심이 커져 얼굴을 숨긴 노력은 제대로 통했다. 보이지 않는 불안은 위험을 부른다. 모호한 긴장감은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엔딩 크레딧마저 악마의 목소리를 대변한 록 음악이 퍼지며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영화 속 대부분의 사운드가 역재생 효과를 활용했다는 점과 닮았다.      


배우에게 가장 큰 찬사는 본인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90년대 할리우드 최고 스타였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파격적인 외모는 기괴함의 영역을 새롭게 쓰며 영화의 인장을 남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모습은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하다.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흘러내리는 피부는 불쾌함을 부르고 성별, 나이, 인종 조차 알아보지 못할 모습으로 은은한 자장을 형성한다.       


<팔로우>를 통해 새로운 미스터리 호러의 판도를 바꾼 마이카 먼로는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강인한 여성 수사관을 연기해 극의 중심을 잡아간다. 공허한 눈빛으로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깊은 감성은 호러장르에서 빛을 더했다. 데뷔작 <팔로우>의 10년 만의 후속작 <데이 팔로우>와 호러고전 <요람을 흔드는 손>의 리메이크작까지 예정되어 있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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