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던 중 아이들끼리 나눈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는 아마 유언으로 ‘아들아, 미루지 말고 학습지 해라’ 하고 돌아가실걸?”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민망했다. 내가 저 말을 얼마나 자주 했으면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농담 속에는 내가 꾸준히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음을 보여주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우리 집에서 일일 학습지를 시작한 지 벌써 만 6년이 되어 간다. 만 6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학습지를 미뤄본 날이 다섯 번이 안 되는 것 같다. 매주 주일은 쉬지만, 명절에도, 휴일에도, 여행 중에도 일일 학습지만큼은 빼놓지 않았다. 아이들의 성실함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엄마로서 나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시간을 확보하며, 옆에서 함께 공부했다. 피곤하고 힘든 날에도 아이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꾸준함’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었다.
나는 '습관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물려주고 싶은 습관이 바로 ‘꾸준함’이다. 꾸준함은 장기전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특히 부모의 가이드 없이는 장기적인 인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 선수 옆에서 뛰어주는 페이스메이커처럼, 아이들 옆에서 함께 뛰어주고 있다. 그들이 꾸준함의 힘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꾸준함’이란 유튜브 시청이나 게임처럼 여가 시간을 보내는 데 쓰는 단어가 아니다. 꾸준함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행동, 즉 인내심, 근성, 자기 절제, 자기 조절, 자기 관리와 같은 가치를 포함한다. 일일 학습지는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귀찮음, 게으름, 산만함, 그리고 일을 미루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한다. 만 6년 동안 우리 아이들도 슬럼프를 겪고, 대충 풀기도 하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시간을 잘 통과해 왔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일일 학습지를 통해 자신의 하루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집중력과 생산성을 체크하며, 성취감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반복 학습의 힘도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인 큰아들이 “학습지를 통해 반복했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제 아이는 방문 학습지 선생님이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아이에게 학습지를 중단할 것인지 지속할 것인지 물어보았는데, 아이는 학습을 계속하고 싶다고 확고히 말했다. 드디어 큰 아이가 꾸준함의 가치를 알기 시작한 것이다. 반복이 주는 복리 효과를 맛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의 말속에서 성숙해진 내면을 느낄 수 있어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이 예상한 ‘엄마의 유언’은 어느 정도 적중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학습지라는 단어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나의 유언에는 분명 “비전을 품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만들어진다.”와 같은 메시지가 담길 것이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쌓여 길이 만들어지듯, 우리 인생도 그렇다. 작은 일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묵묵히 해내자. 빠른 성공, 성과를 바라지 말고 꾸준히 해보자. 귀찮음, 게으름, 산만함, 미루고 싶은 유혹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자. 오늘 당신만의 ‘일일 학습지’를 꼭 완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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